메릴랜드한인회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공탁금 사용과 관련해 논란(본보 12월 30일 보도)이 일자,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한인회는 물론 각 단체마다 공탁금 용도에 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여러 한인단체에서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에게 적지 않은 액수의 공탁금을 요구하지만 명확하게 용도를 명시하지 않아 선거 후 논란을 빚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메릴랜드한인회 제36대 회장단도 마찬가지. 선거공탁금 인계 문제를 놓고 마찰이 있었다. 이태수 회장은 지난 12월 28일 업무 인수인계 자리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남은 공탁금을 전임 회장에 인계한 것과 공개된 선거비용 내역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 회장은 “선거공탁금은 선거시행 세칙에 따라 당선자 확정 후 30일 이내에 신임 한인회에 인계되어야 하고 후보 공탁금은 선거 관련 경비로만 사용돼야 하는데, 코리아타운 후원 등 선거와 관련 없는 비용을 지출했다”며 “이와 관련해 지난 12월 박성환 선관위원장에게 답변을 요청했지만 박 위원장은 이미 한인회에 결산을 다 넘겼고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른다고만 답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선관위는 이 회장이 당선된 후 공탁금 잔액을 관례대로 당시 현 백 회장에게 전달했다”며 “코리아타운 후원을 포함한 모든 공탁금 지출 건은 선관위 내에서 결정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백성옥 전 회장 또한 “공탁금은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금”이라며 “선관위원들이 좋은 의도로 코리아타운을 후원한 것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전 회장은 “이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니 한인회 송년의 밤에서 모금된 1,700여달러 중 1,000달러를 선관위의 코리아타운 후원비로 대체하고 나머지 정산 후 500여달러만 코리아타운에 기부할 것”이라며 “이태수 신임회장단과의 언쟁을 피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후보자가 선거를 위해 낸 공탁금을 선관위가 선거 외 용도에 자의적으로 결정해 지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한인회가 공개한 공탁금 지출 내역서에 따르면 1만달러 공탁금 중 신임회장단 송년의 밤 티켓 400달러, 코리아타운후원금 1,000달러, 선관위 감사패 제작 595달러, 선관위 모임 1,047.60달러, 광고비 1,950달러, 이취임식 배너 100달러 등 지출은 5,092.60달러이며 잔액은 4,907.40달러이다.

단독후보로 선거도 없이 정기총회에서 거수로 회장을 선출했는데, 5,000여 달러가 지출된 점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이에 따라 선거공탁금에 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하며, 지출도 엄격히 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단체장은 “후보들이 낸 공탁금으로 매번 선거를 치를 때 불투명한 자금사용이나 과도한 활동비 지출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공탁금은 선거비용과 차기 회장단 출범을 위한 종잣돈으로 공명정대하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수 회장은 “아직까지도 선관위로부터 공탁금에 대한 아무런 자료를 넘겨받지 못했다”며 “선관위가 조속한 시일 내에 회칙에 의거한 올바른 방법으로 인수인계를 마무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배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