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으로 하는 일이 책과 관련되어 있다보니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처음에는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를 소개하는 서버처럼 베스트셀러에 있는 책들을 추천했다.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한정된 메뉴를 즐기기 위해 가게를 찾는 손님들과 달리 도서관 이용객은 엄청난 양의 책 중에 재밌게 읽을 만한 책을 찾는다. 부동의 판매 1위를 점한 책을 추천한데도 상대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서울에 가면 경복궁이 좋다는 식의 도움밖에 제공하지 못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재밌게 읽은 책이나 그동안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책을 물었다. 가장 많이 들은 대답은 “뭐, 그냥, 이것저것”이었다. 이것저것은 서울의 어느 선술집에서 판다는 안주 아무거나와 같아서 도무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특정할 수 없는 이것저것 앞에서 책 권하기 미션은 다시 실패한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여가시간에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지 물었다. 이 질문은 책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대답을 통해 상대의 취미와 취향을 유추할 수 있다. 이것을 실마리 삼아 책을 권해보면 실제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를 도울 땐 상대를 돕고 싶은 의도가 내 안에 있다. 그런데 이 의도만으로는 상대가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정확하게 제공할 수 없다. 실컷 도와주고도 서운한 소리를 듣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제공한 도움이 상대의 필요를 채우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서 그렇다. 도와주는 사람이 자신의 의도를 그에 딱 맞는 현실로 치환시키는 방법을 알지 못해 생기는 일이다.
도와주려는 내 마음이 정확하게 상대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내 마음보다 상대의 마음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관심과 기술이 필요한 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가 떨어뜨린 연필을 주워주는 것에서부터 상실을 겪고 있는 상대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까지 원리는 같다.
상대의 마음이 되어 보는 것,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잘 되지 않아도 너무 낙심하지 않는 것,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 이 모든 일을 친절함과 따뜻함으로 상대에게 전달하는 기술을 구사해 보는 것 등등...
맞다. 누굴 돕는 일은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니 이쯤 되면 알아야 한다. 누군가를 돕는 건 예술이라는 것을. 그래서 감동도 함께 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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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재 오클랜드도서관 한국어섹션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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