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교단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저희 사찰도 한 달째 법회나 집회를 못하고 있다.
어제는 오랜 지인과 안부를 하면서 가족 중 한 명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다보니 문득 두려운 생각까지 들었다. 질병 하나로 흔들리는 지구, 공포에 휩싸인 인류, 그리고 무너지는 사회 연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감염자와 사망자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인간의 나약함을 절감한다.
이런 시대적 상황이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불과 한두 달 만에 확신이 불확실해졌으며 강했던 힘들이 연약함으로 변하여 정치나 권력도 힘을 잃고 서로 협조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세계 78억 인구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 미미한 바이러스는 서방 강국들의 힘으로도 막아내지 못했던 내전들을 중지시키고 군대도 막지 못한 시위에 종지부를 찍게 했다.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고 함께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교만했던 행위에 대해 자숙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위성에서 바라본 지구는 한층 더 깨끗해졌고 밖을 향하여 그렇게 분주하던 사람들이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하여 더 많이 이해하기 시작하였을 것이며 아이들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세상에서 무엇이 소중한 지를 깨닫는 시간도 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서로 정을 나누며 대화할 수 있고 함께 식사를 하며 일상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밖으로만 향했던 생각들이 내면세계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만들었으니 더욱 성숙해질 것이며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각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만큼 어려운 이런 시간은 또한 우리 모두에게 반성의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이든 사람들은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자극이라 여기고 젊은이들은 이 고통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할 것이며, 교만을 벗고 겸허라는 옷을 입게 될 것이다.
피해 갈 수 없는 것, 지금이 그런 때인 것 같다. 인간은 그저 먼지 하나에 불과 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며 바이러스의 불가항력 앞에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우리의 가치는 무엇이며 존재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내면세계의 통찰이 정신세계를 한층 더 끌어올려 개인이 아닌 전체를 살펴볼 수 있는 지혜를 가져다줄 것이며 인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리라는 희망적인 기대를 해본다.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안정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 평정심을 잃지 말고 자신을 등불로 삼아 지혜를 쓰며 자연의 질서를 굳게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봄이 왔어도, 사방에 개나리 만발하여도 얼어붙은 한 겨울과 같으니 뒤뜰 그득한 개나리라도 한 다발 꺾어다 불전에 올려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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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 마하선원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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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기독교보다는 불교가 마음 자세가 좋네
한국에서는 잔기침하는 것이 흉이 아니고 일상생활의 한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 가면 안하던 기침도 더 해대는 경향이 있다. 강연회를 유튜브로 시청해 보니 여기저기 기침소리에 연사의 말이 잘 안들릴 정도. 요즈음 음악회 청중은 좀 나아졌는지... 사소한 것 같지만 중요한 이런 습관들이 특정민족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전염병 확산은 말할 것도 없고...
공포의 시간이 아니라 자숙과 반성의 시간이지요. 유일하게 자신이 사는 환경을 황폐시키는 인간.. 자연의 반동은 작용 반작용 현상이고 인과의 법칙입니다. 겸손히 받아들이고 같은 실수를 하지 맙시다
이런 결과를 인연과라해도 되겠지요, 자연을 마구잡이로 정복하고 동물들의 보금자릴 침범하여 결국엔 인간들이 이런 결과를얻었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