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소식에 격분한 시위대들은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수도였던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의 모뉴먼트 애비뉴로 몰려들었다. 그 곳에는 노예제를 옹호하던 남부연합의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와 남군 총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이 있었다. 6월10일 시위대에 의해 데이비스의 동상이 끌어내려져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얼마 전 ‘한국전쟁의 영웅’이라는 백선엽씨가 10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친일파 경력 때문에 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논의가 활발했지만 그는 결국 현충원에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일본군의 간도특설대에 복무하면서 독립군의 토벌에 앞장섰는데 자신의 회고록에서 “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라며 자신의 친일행위에 대해 사죄하지 않았다.
만일 남북전쟁에서 남군이 승리했거나 미국이 남북으로 분단되어 남부연합이 아직까지 건재했다면 데이비스의 동상은 내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한국이 분단되지 않고 통일되었다면 친일파 백선엽의 국립묘지 안장은 일고의 거론될 가치도 없었을 것이다.
남군의 ‘영웅’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은 아직 끌어내려지지 않았다. 동상이 20미터 높이의 대리석 위에 세워져있어 시위대가 물리적으로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버지니아 주지사와 리치몬드 시장이 리 장군의 동상을 내리기로 결정했지만 리치몬드 백인 그룹의 청원을 법원이 받아들여 심의하기로 하면서 그 역시 제동이 걸렸다.
남북전쟁이 끝난 지 150여년, 그리고 150여년 전의 전쟁영웅은 이제 바닥으로 떨어질 날만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통일되었을 때 백선엽을 비롯한 친일 민족 반역자들은 새로운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사실 1945년 남북이 분단되지 않았다면 그들은 바로 단죄되어 감옥으로 직행하고 영웅 백선엽이란 거짓신화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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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근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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