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 한 명, 보살 네 명.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 다르다. 연령층도 각각이다. 이들을 묶는 이름도 없다. 그러나 이들은 매주 화요일 오전 9시면 어김없이 만난다. 만나서 함께 공부한다. 돌아가며 경전을 읽고서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그러는 사이에 약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이들 모임은 직접 대면이 아니다. 카톡 그룹콜, 즉 스마트폰을 통한 만남이다. 코비드19 사태가 빚은 풍경이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이들은 몇 년 간 쿠퍼티노 어느 카페 혹은 빵집에서 일주일에 한 차례 직접 만나 공부했었다. 그러다 코비드19 때문에 지난 봄여름 몇 달 간 공친 뒤 이런 비대면 공부모임으로 변했다.
이와 같이, 수행이든 포교든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변화의 바람이 북가주 한인불교계에도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궁즉변 변즉통(窮則變 變則通, 궁지에 이르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통하게 된다), 즉 궁즉통(窮則通)의 바람이다.
새크라멘토 영화사(주지 동진 스님)가 코비드19 격리기간 중 근사한 온라인 도량을 선보인 소식과 리버모어 고성선원 진월 스님이 줌과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불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본보에 소개된 바 있다.
카멜 삼보사 주지 대만 스님도 최근들어 비대면 외부접촉의 중요성 내지 불가피성에 주목하는 것 같다. 행사안내만 담겼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 보낸 텍스트 메시지에는 ‘다짐 반 권유 반’ 짧은 법어가 곁들여졌다. 길로이 대승사 주지 설두 스님은 오프라인 법회와는 별도로 부처님오신날, 백중기도 등 주요행사마다 A4 용지 한 장 이상의 법문을 편지 형식으로 전하는 ‘편지 포교’를 예전부터 실천해오고 있다.
재가단체의 경우, 첫머리에 소개한 화요 공부모임 말고도 산우회를 들 수 있다. 오프라인 산행과는 별도로 온라인 카페를 도량삼아 마음공부를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무문 신규영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내가 읽은 도덕경’을 장기간 연재중이다. 달오 이창석 거사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이밖에 정토회, 수선회 등 다른 단체들도 SNS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온라인 세상의 특성상 한국의 재가단체에 가입해 온라인 화상모임으로 경전공부 등 신행활동을 하고 있는 불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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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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