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는 인생의 긴 여정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엔 보기에도 아까울 만큼 쑥쑥 초록으로 키가 큰다. 드넓은 평야에서 뜨거운 햇살을 받고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의 크기와 빛깔로 도도히 커나간다.
성장이 멈추고 열매가 익어간다. 성장시켜야할 열매를 위해 기꺼이 온몸으로 햇볕을 받으며 그들을 키워낸다. 양분을 고루 나눈 키다리 아저씨의 수염은 처지고 빛은 점점 바래서 누렇게 뜨고 삐쩍 말라간다. 이제는 다음 세대를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옥수수 열매는 사람에게는 건강한 먹거리와 동물들의 사료로 쓰이고 마지막 남은 마른 옥수수수염은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맑은 차로 희생한다. 일단 맛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얇고 담백하다. 커피의 쓴맛과 단맛에 익숙한 나에게는 입안에서 목 넘김도 느껴지지 않는 밋밋함 그 자체인데도 입안을 깔끔하게 정화시키는 청량감이 있다. 그렇다고 사이다같이 톡 쏘는 상큼함을 가장한 가짜 맛이 아니다. 맑은 조갯국이 시원함을 주는 것처럼 그런 담백하고 맑은 기품 있는 맛이다. 옥수수가 남긴 마지막 수염의 뒷맛은 무언가를 남겨야하는 진한 인간의 욕망을 깔끔하게 날려버린다.
나 또한 이런 옥수수 같은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단맛과 쓴맛이 진한 그런 맛이 아닌 조용하고 기품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남은 자리는 빈자리로 다음 누군가가 나를 기억할 때 그냥 그런 사람이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갔노라 말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엄마가 가꾸셨던 작은 텃밭의 옥수수 울타리처럼 그냥 누군가의 울타리로 남으면 그뿐인걸…. 오늘도 따뜻한 옥수수차를 마시며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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