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기대고 흘러가는 흰 구름속에는 가을에 떠나신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시간은 삶과 죽음의 가운데서 초점을 모은다. 씨는 자라서 열매를 맺고 열매는 죽어서 씨를 맺는다. 사람은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고 새 생명이 태어날 토대를 만든다. 빛은 낮과 밤의 가운데서 초점을 맺는다. 오늘이 내일이 되고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이 된다. 단지 우주의 요술인 생성원리에 의해 색깔과 모양만 변하고 있을 뿐이다.
멕시코인들 사이에서는 죽음에 대한 찬양은 곧 삶에 대한 찬양이기 때문에 삶과 놀이, 축제, 사랑 등 모든 것에 죽음이 깊이 침투되어 있다. 축제는 즐거움의 시간이자 고통의 시간이라고 한다.
일본과 인도에서 오랫동안 외교관 생활을 하고 동양의 불교사상을 연구하며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는 “죽음을 부정하는 문명은 인생을 부정함으로 끝난다”라고 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그는 그의 시 ‘깨어진 항아리’의 마지막 연에서 “세월을 담은 도도한 강물처럼/ 인간의 계절은 또 그렇게 흘러가야만 한다/ 태초부터 영위해 온 삶의 한 가운데로/ 시작과 그 끝 너머 저 심오한 그곳으로”라고 표현했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진리를 자각하면서 살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게 되지 않을까.
바람에 스치고 지나가는 이 순간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다. 인생은 연극이다. 각본, 연출, 주연이 모두 자신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꽃처럼 웃고 새처럼 노래하며 자유롭고 진실되게 살면서 후회없는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늘 버팀목이 되어주고 아름다운 발자국을 가슴에 남기고 떠나신 아버지가 이 가을에 더욱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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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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