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없이 새해라고 행복의 인사를 주고 받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언 여섯달 째가 다가왔다.
‘때’라고 하는 것, ‘시간’이라고 일컫는 것, ‘세월’이라고 불리는 것이 이러한 변화를 가져왔다. 때란 흘러가는 것이므로 ‘현재’란 없다. 현재라고 말하자마자 ‘과거’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현재를 붙잡아놓으려고 “몇시 현재”라고 못 박아 놓아봤자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때’를 아끼는 일 뿐이다.
지난해에 불어 닥친 경제불황이 올해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 난제를 풀어보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는 주어진 시간을 슬기롭게 잘 쓰는 일이다.
올해는 소띠 해다. 보명선사의 ‘열 가지 소 길들이기’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소란 본시 사납게 생긴 뿔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제 하는 행동이 남에게 어떤 해를 끼치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 목동들이 이처럼 무서운 소의 고삐를 쥐고 끌고 간다. 이는 힘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다. 슬기가 있어야 한다.
소의 코에 고삐를 꿴다는 것은 작은 것으로 어떻게 큰 것을 이길 수 있는지, 약한 것으로 어떻게 강한 것을 이길 수 있는가를 말한다. 소를 잘 알지 못하고서는 소의 코에 고삐를 꿸 수 없다. 약한 자가 강한 것을 잘 다룰 수 있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를 물리칠 수 있는 슬기가 부족해서, 소를 잘 알지 못해 소의 코에 고삐를 꿸 수 없는 약한 인간과 같은 존재가 바로 오늘의 우리들이다. 그러므로 소띠해에 얻을 수 있는 슬기는 보명선사 이야기에 나오는 소 길들이기와 같은 슬기를 머릿속에 늘 간직하는 것이다. 슬기를 때와 함께 사용하면 물같이 흘러가는 시간을 쓸모 있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때는 물처럼 흘러간다. 시간은 멈출 줄 모른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인생은 짧다. 하지만 예술은 길다. 흘러가는 시간을 아껴 지혜를 얻는 것이 예술이다. 이것이 짧은 삶을 길게 사는 길이다. 이미 한 해의 반밖에 남지 않은 2021년엔 작고 약한 우리지만 모두 시간을 아껴 크고 강한 것을 이길 수 있는 슬기로운 예술가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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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중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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