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해사건 1년전인 2017년 민간 경비업체서 사격·근접격투술 등 훈련받아
▶ 국무부가 훈련 허가… “독재국과 군사협력 위험성 보여줘”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로이터=사진제공]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사우디 요원 일부가 과거 미국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2일 뉴욕타임스(NYT)는 관련 문서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의 승인 하에 민간 군사업체가 이들 요원을 훈련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카슈끄지를 살해하게 될 요원들이 고단계 군사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허가한 사실은 미국이 독재국가와 얼마나 강하게 엮여 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카슈끄지 살해에 개입한 요원 15명 중 4명이 2017년에 미국 아칸소주에 있는 경비업체 '티어1 그룹'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다.
이 업체 모회사인 사모투자사 '서버러스'의 임원 루이스 브레머는 트럼프 정부에서 국방부 고위직에 지명됐다가 철회됐는데, 당시 의원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서에서 이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요원 중 2명은 2014년 10월∼2015년 1월에도 이 업체에서 훈련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훈련 내용 중에는 사격술, 근접 격투술, 반격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브레머는 이 훈련이 카슈끄지 암살과는 무관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성명을 내고 훈련이 방어 위주로 진행됐고 2017년 12월 이후에는 사우디 국적자를 훈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NYT는 사우디 요원이 미국에서 훈련받을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허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방법에 따라 미국 무기와 군사 전문지식을 외국인에게 판매하려면 국무부 승인이 필요한데, 티어1 그룹도 이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클라크 쿠퍼 전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이런 허가 과정에 국방부와 정보기관도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NYT에 전했다.
신문은 "이런 사실은 미국이 억압적인 정권과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또 미국에서 훈련받고 본국에 돌아간 이들이 얼마나 소홀히 관리되는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체류하면서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칼럼을 미 언론에 기고했던 카슈끄지는 2018년 결혼 서류 문제로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사우디 요원 15명에게 잔혹하게 살해됐다.
국가정보국(DNI)은 지난 2월 기밀 해제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 작전을 승인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런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15명의 요원 중 7명은 무함마드 왕세자 경호업무를 맡는 신속대응군(RIF) 소속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사건 당시 중앙정보국(CIA)도 무함마드 왕세자가 작전을 지휘했다고 결론지었으나, 트럼프 정부는 증거가 결정적이지 않고 사우디와 외교·경제관계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후 사우디 신속대응군 등을 제재했지만 정작 무함마드 왕세자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 비판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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