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유명한 동화 작가 로알드 달(1916~1990)은 사망 직전 “초콜릿·연필·와인을 함께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얘기가 있다. 그가 임종 직전 유언을 남기려는 찰나 간호사가 갑자기 주삿바늘을 꽂는 바람에 “아, ××”이라는 욕설을 내뱉고 숨을 거뒀다는 것이다. 생전엔 유대인 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언론 인터뷰에서 “유대인의 성격에는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특성이 있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공군 파일럿으로 참전해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전공을 세운 그였지만 유대인들의 뭇매를 피할 수는 없었다.
노르웨이계 영국 태생인 달은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준 노르웨이 전설과 북유럽 신화 속 괴물 트롤 이야기 등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곤 했다. 일찍 사망한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때 일어난 사건들을 일기로 써 아들에게 남겼다. 달은 그 영향으로 8세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어머니에게도 편지를 자주 썼다. 달의 작품은 달달한 동화가 아니다. 처녀작 ‘그렘린’과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마틸다’ 등 대부분이 어딘지 모르게 음침한 분위기에 강한 반전이 담긴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넷플릭스가 달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RDSC)’를 인수해 달의 작품을 콘텐츠 제작에 쓸 수 있게 됐다. 이번 인수는 디즈니플러스 등의 출범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나온 넷플릭스의 승부수다. 전 세계적으로 63개 언어로 번역돼 3억만 부 이상이 팔린 달의 작품이 지닌 잠재적 가치에 베팅 한 것이다. 계약 내용은 비밀이지만 3년 전 넷플릭스와 RDSC의 파트너십 계약 규모가 최대 10억 달러인 점에 비춰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었을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가 살 길은 오직 혁신뿐이라는 교훈을 다시금 절감케 하는 사례다. 우리 빅테크 기업들도 손쉬운 ‘문어발 확장’에 기웃대지 말고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혁신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