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간방에서 세 들어 살던 젊은 부부
단칸방이어도 신혼이면
날마다 동방화촉(洞房華燭)인 것을
그 환한 꽃방에서
부지런히
문 열어주고 배웅하며 드나들더니
어느 새 문간방 반쯤 열려진 창문으로
갓 낳은 아이
야물딱지게 맺힌 까만 눈동자
똘망똘망 생겼어라
여름이 끝나갈 무렵
돈 모아 이사 나가고 싶었던 골목길
어머니 아버지가 살던
저 나팔꽃 방 속
권대웅 ‘나팔꽃’
경사 났네요. 나라가 저출산으로 걱정인데 미래의 주인이 오셨네요. 단칸방이어서 마음 더 애틋하고, 문간방이어서 꿈은 더 별빛이었겠죠. 꿀벌 닝닝거리는 소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어쩐지 나팔꽃이 가스관 타고, 전선줄 타고 빙글빙글 올라가 싱글싱글 웃더군요. 꿀벌 지나간 자리, 씨앗 영그는 건 만고의 이치죠. 나팔꽃 스피커는 조심해야 해요. 어느 시골 이장님,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내외 사랑 나누다가 온 동네 사람 귓바퀴에 꿀물 쏟아부었다죠. 더워도 창문 꼭 닫아 걸어요. 청포도 대신 열대야 들고 칠월이 오시네요.
반칠환 [시인]
<권대웅>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