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악성 흑색종이 뇌로 번져 투병하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머크(MSD)의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를 사용해 4개월 만에 완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 10월1일 97세 생일을 맞은 카터는 미국에서 생존해있는 최고령 전직 대통령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166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다름슈타트에서 프리드리히 야코프 머크가 인수해 운영하던 ‘천사약국’이 MSD와 독일 머크그룹의 모태다. ‘머크’라는 법인명으로 운영하던 약국은 1816년 하인리히 에마누엘 머크가 맡아 신약 개발에 나서며 기업의 초석을 다졌다. 이후 영국·러시아 등에 해외 법인을 내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1891년에는 당시 23세였던 조지 F 머크가 미국으로 넘어가 뉴저지에 머크(Merck & Co)를 세워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다.
하지만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는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독일이 패하자 미국 정부가 머크를 적산 기업으로 몰수한 것이다. 1919년 조지 F 머크가 가까스로 경영권을 되찾았지만 독일 본사와는 분리됐다. 아들인 조지 W 머크가 1925년부터 1950년까지 경영했으며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었다. 현재 독일 머크는 전 세계에서 ‘Merck’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신 북미 지역에서 EMD를 쓰고 미국 머크는 북미 지역에서 ‘Merck’ 브랜드를 쓸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MSD라고 한다. MSD는 지난해 48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제약사 4위에 올랐다.
미국 머크가 미 식품의약국(FDA)에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승인을 받게 되면 최초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된다. 과감한 연구개발(R&D)과 기업이 맘껏 투자할 수 있는 시장 친화적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다.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글로벌 백신 생산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했지만 기업의 손발을 묶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꿈이다. “기업인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규제 공화국에서 벗어나야 신기술도, 신산업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민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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