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롱비치의 해안 지역에서 미국 4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윌밍턴 유전’이 발견됐다. 윌밍턴 유전은 1921년 발견된 인근 시그널 힐 일대의 유전에 비해 저장량이 풍부하고 경제성도 훨씬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조그만 농촌에 불과했던 롱비치는 수백 개의 유정이 세워지면서 거대한 오일 도시로 발전했다. 또 미국 내부 시장의 공급 과잉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수출 기지인 롱비치 항을 확대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됐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서 남쪽으로 40㎞가량 떨어진 롱비치 항은 미국 항만 가운데 물동량 기준으로 2위를 자랑한다. 1911년 개항 당시 갯벌에 세워진 이 항구는 한때 조선소까지 갖춘 미 해군 태평양 함대의 본항으로 활용된 적도 있다. 현재 22개의 해운 터미널 가운데 6개에서 컨테이너 선박을 취급하며 전 세계 220여 개 항구와 연결되는 170여 개의 해운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롱비치 항은 아시아와 미주 항로의 주요 관문으로 동아시아 국가와의 교역 물량이 90%를 웃돈다. 1986년 현대자동차의 미국 수출 차 1호인 ‘엑셀’이 이곳을 거쳐 미국 전역으로 보내졌다. 한진해운은 2003년부터 롱비치 항에 148만㎡ 크기의 터미널을 독자 운영하면서 인근 도로명을 ‘한진길(Hanjin Road)’로 받는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2017년 경영난에 직면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법원 명령에 따라 터미널 보유 지분을 단돈 1달러에 매각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에서 롱비치 항 관계자와 물류 업체, 항만 노조 등과 긴급회의를 열어 주 7일, 24시간 항만 가동 방안을 논의했다. 갈수록 악화하는 물류난을 해소하기 위해 백악관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치솟는 운임에 역마진을 감수하고 해외 수출에 나서는 등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현재의 글로벌 물류대란은 복합 위기에 따른 것이어서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우리도 기업에만 맡겨놓지 말고 미국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물류 전쟁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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