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쿵 소리와 함께 요란한 자동차 알람 소리가 들려온다. 금방 멈추겠거니 했는데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밖으로 나가보니 방금 나간 아빠가 후진으로 우리 집 드라이브웨이에서 차를 빼다 우리 집 건너편에 스트리트 파킹 되어 있던이웃집 차를 보기 좋게 박아 버렸다. 아뿔싸!
난감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리는 아빠는 그 잠깐 사이에 생각할 것이 많았다고 한다. 빨리 집에 갈 생각에 마침 떨어진 기름도 넣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더해져 잠시 한 눈 팔며 운전하다 후방을 보지 않고 그대로 나오다 이웃 차를 박았다고 설명했다. 우선 멀쩡하게 차에서 내리는 엄마, 아빠를 보니 어디 다친 데는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해놓고 나는 아빠한테 된소리부터 나간다. “어이구, 조심 좀 하지!” 후방 카메라도 있는데 왜 화면도 보지 않았냐고 핀잔을 준다. 조수석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엄마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다. 이미 난 사고를 어쩌겠는가. 이제 수습할 차례다.
이웃집 벨을 딩동 누른다. 이웃이 난처한 표정으로 나와 찌그러진 차 문짝을 이리저리 살핀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서로의 보험 정보를 나눴다. 서로 마주 보고 사는 이웃지간이라 원만히 처리했으면 했는데 다행히 말이 잘 통해 보험을 통하지 않고 잘 해결 볼 수 있었다.
과거 운전병 출신에 무사고 40년 차인 아빠는 이번 사고에 적잖이 타격을 받았나 보다. 본인이 이런 실수를 한 것이 납득이 안 되는 것이다. 아빠에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라며 앞으로 더 조심하면 된다고 위로의 말을 건네본다. 다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연초부터 적잖은 돈이 깨졌다. 물가도 천정부지로 올랐겠다 새해에는 돈을 좀 아껴 쓰자고 다짐했는데 말이다. 생각지도못한 지출에 속이 좀 쓰렸지만 한편으로는 아빠가 점점 젊은 날의 총기를 잃고 늙고 쇠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나도 언젠가 나이 들면 머리도 몸도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을 날이 와서 자그마한 실수에도 스스로 자책하기도 하겠지. 그때에 내 딸이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해주면 고맙겠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가족 카톡방에 사고에 대한 합의가 잘 끝났음을 알렸다. 새해에 크게 액땜을 했으니 우리 모두 조심하자고 했다. 더불어큰 딸이 합의금 다 내주었으니 대신 손녀딸 매일 와서 산책 좀 시켜 주시라고 거래 아닌 거래를 했다. 말은 그렇게 해뒀지만 내일 아빠 오시면 아빠 좋아하는 파스타를 맛있게 해 드려야겠다.
<
이보람 수필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