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던 1990년대 초반. 미분양에 허덕이는 부동산 업체들을 비웃듯 호황을 누린 회사가 있었다. 주인공은 갓 설립된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라는 회사였다. 오너인 양궈창 회장이 불황 극복을 위해 꺼낸 방법은 ‘교육’이었다. 그는 주택 단지 안에 수준 높은 국제학교를 설립하고 ‘자녀에게 투자하십시오’라는 광고를 냈다. 폭발적 반응에 100% 분양이 이뤄졌고 비구이위안은 교육과 부동산을 결합한 고급 주택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1954년 광둥성에서 태어난 양궈창은 17세 때까지 고향에서 소를 길렀다. 외지로 나가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던 그는 20세가 되던 해 한 건축회사에 취직해 총경리까지 올라간다. 1992년 광둥성 포산에서 부동산 개발 업체를 설립한 양궈창은 광저우 근처 비장(碧江)과 구이산(桂山) 경계의 황무지를 헐값에 매입한 뒤 4,000세대가 입주 가능한 별장을 건설한다. 회사 이름도 두 지명을 합해 지었다. 비구이위안은 ‘5성급 호텔 같은 집’을 모토로 고급 주택단지를 줄줄이 지으면서 빠르게 성장해간다. 2000년 초반에는 하루 판매액이 1,350억 원에 이를 만큼 대성공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배추 팔 듯 집을 판다”는 말까지 나왔다. 비약적 성장의 또 다른 비결은 인재 영입이었다. 2010년 9위였던 이 회사는 유능한 전문경영인과 석·박사 인력을 끌어들이며 7년 만에 매출을 열배 이상 늘려 2017년 부동산 개발업계 매출 1위에 오른다.
하지만 고속 성장은 화를 불렀다. 속도전을 몰아붙이면서 건설 현장 곳곳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헝다 사태 불똥이 튀며 4조 원 이상을 조달해야 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 “지난해 매출 1위인 비구이위안이 새로운 관심 대상(뇌관)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최근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3억 달러를 조달하려다 실패하자 비상벨을 울린 것이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부실 확대는 한국에도 실물·금융 모든 부문에서 복합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가계·기업·정부 부채가 총 5,000조 원을 넘는 우리도 부채 문제로 인한 ‘회색 코뿔소’ 위기에 대비해 선제적이고 정교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영기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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