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16일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일본의 ‘피겨 왕자’ 하뉴 유즈루가 환상적인 점프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강릉아이스아레나의 백색 빙판은 금세 노랗게 물들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하뉴의 최애(最愛) 캐릭터인 ‘곰돌이 푸’ 인형을 2,000여 개나 던져 팬심을 표현한 것이다.
요즘 곰돌이 푸는 포켓몬스터·헬로키티와 더불어 세계 3대 고수익 캐릭터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다. 숲속 친구들과 푸의 우정을 그린 ‘곰돌이 푸’의 원작은 영국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1926년에 쓴 동화 ‘위니 더 푸(Winnie the Pooh)’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는 1966년에 첫 작품 ‘곰돌이 푸와 꿀나무’가 나와 흥행 대박을 쳤다. 이후 ‘곰돌이 푸의 모험’(1977), ‘곰돌이 푸-티거 무비’(2000),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2018) 등이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원작 제목에서 보듯 푸의 본명은 위니로 원작자 아들이 동물원에서 본 흑곰의 이름에서 따왔다. 곰의 생김새 탓인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푸에 비유해 희화화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2013년에 시 주석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산책 모습이 통통한 푸와 날씬한 티거(호랑이)에 빗대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불쾌한 듯 엄중 단속에 나섰다. 2017년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는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서 푸와 관련된 이미지와 동영상이 대거 삭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푸의 수난이 재연돼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하뉴가 참가한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에게 “장난감(곰돌이 푸)을 던지지 말라”고 경고하는 방송이 있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한 CNN은 “중국 당국과 위니 더 푸가 충돌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푸에 대한 단속이 강해질수록 ‘시진핑=곰돌이 푸’의 공식은 더 굳어질 수밖에 없다.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입법을 밀어붙이다 국제적 망신만 부른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중국의 푸 단속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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