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서 내놓은 투자 보고서가 시장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이 슈퍼 사이클 후반부에 접어들었다”며 “내년부터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역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호황을 기대했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을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하루 만에 1% 넘게 하락하는 등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미국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가 1993년 12월1일부터 반도체 관련 종목을 골라 지수화한 것이다. 미국 나스닥과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반도체 설계·유통·제조·판매와 관련된 분야로 구성돼있다. 초기에는 16개 종목으로 출발했다가 2017년부터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운영되고 있다. 이 지수는 시가총액이 최소 1억 달러를 넘고 발행 주식 수도 150만 주를 웃돌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편입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정 기업 주가의 움직임에 지수가 편향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년 9월 세 번째 금요일에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
주요 편입 종목은 AMD·엔비디아·인텔·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이며 비메모리 분야 위주로 이뤄져 있다. 글로벌 경제 분석 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 지수는 미국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에 3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미국 증시 위주의 폐쇄성으로 인해 산업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네온가스 공급 차질 등의 영향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가도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비해 저평가되는 것도 규제 위주의 잘못된 정책 탓이 크다. 새 정부가 규제 혁파 등으로 과감한 지원에 나서야 우리의 반도체 업체들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계속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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