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퇴임을 일주일 앞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런던 채텀하우스에서 마지막 대중 연설에 나섰다. 메이 총리는 “지도자의 역할은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것만 말하거나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대중 인기 영합주의가 판치는 정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메이 총리가 채텀하우스에서 포퓰리즘을 겨냥한 데 대해 언론들은 ‘영국 최고의 싱크탱크이자 중립적 기관이라는 상징성을 활용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채텀하우스는 외교안보 분야의 최정상급 연구 기관인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별칭으로 1920년 설립됐다. 제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 짓기 위해 파리평화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이 국제 평화를 목표로 만든 비정치적 성격의 기구다. 채텀하우스라는 명칭은 연구소가 입주한 건물의 첫 주인인 윌리엄 피트가 ‘채텀 백작’이라는 작위를 받은 데서 유래했다. 1926년에는 영국 왕실 칙령에 따라 여왕을 공식 후원자로 하는 왕립 연구소로 거듭났다. 이 덕분에 정부 지원금이나 세금을 지원 받지 않아 특정 정당이나 이익 단체들로부터 철저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1927년 만들어진 ‘채텀하우스 룰’은 토론 내용을 보도하되 발언자의 이름이나 소속을 외부에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비밀에 부쳐 자유로운 토론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부터 국제 관계 발전에 기여한 세계 지도자들을 선정해 매년 ‘채텀하우스 상’을 수여하고 있다.
윌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이 29일 채텀하우스에서 가진 연설에서 “러시아의 방위 산업 공급망이 다음 제재 대상”이라며 “침공이 계속되는 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 진영의 러시아 제재가 위력을 발휘하듯이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견고한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 무모한 도발을 거듭할수록 고통만 커진다는 사실을 추가 제재를 통해 깨닫도록 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이 ‘체제 파탄’을 걱정하고 ‘핵으로는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을 절감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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