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1일 일본의 도시바메모리홀딩스는 회사 이름을 ‘기옥시아’로 바꿨다. ‘기억(記憶·기오쿠)’이라는 일본어에 가치라는 뜻의 그리스어 ‘악시아(AXIA)’가 조합된 신조어다. 당시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2위였던 업체가 사명에서 ‘도시바’를 지우고 기옥시아로 개명한 목적이 비즈니스 가치의 재정립과 더 큰 도약에 있었음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기옥시아보다 도시바에 더 익숙한 소비자들이 많다.
도시바는 플래시메모리에서 세계 으뜸이었다. 1980년 이 회사에 소속된 마쓰오카 후지오 박사가 발명한 NOR형이 플래시메모리의 원형이다. ‘플래시’라는 이름은 데이터 삭제가 카메라의 플래시처럼 빠르다고 해 붙여졌다. 도시바는 1987년 세계 최초로 플래시메모리를 상용화했다. 사업 초창기 삼성전자·인텔 등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도시바 플래시메모리의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2015년 도시바에 대규모 회계 부정 사건이 터진 데 이어 2017년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경영 위기에 처하면서 플래시메모리를 팔아야했다. 그때 일본 내 인수 희망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의결권이 없는 49.9%의 지분을 넘기고 도시바는 40.2% 지분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매각됐다.
기옥시아가 반도체 영광의 재연에 나섰다. 낸드플래시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 약 10조 원을 투자해 내년 봄 일본 이와테현에 약 3만1,000㎡ 규모의 낸드플래시메모리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기옥시아의 플래시메모리 부흥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약 6조 원의 반도체 기금 중 상당 부분을 보태려 하고 있다. 23일 도쿄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미일 반도체 협력 강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반도체 맹추격 속에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섬뜩하다. 그래도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 반도체 공장 방문은 우리에게 호기이다. 일본의 추격과 중국의 반칙을 모두 물리치고 우리의 ‘반도체 초격차’ 기술력을 지켜내야 한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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