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미국 20대 청년 오브리 매클렌던이 그의 절친 톰 워드와 함께 에너지 벤처 업체 체서피크에너지를 창업했다. 자본금은 달랑 5만 달러였고 직원은 10명에 불과했다. 체서피크(Chesapeake)라는 사명은 매클렌던이 매료된 대서양 연안의 ‘체서피크만’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듀크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매클렌던은 지질학이나 엔지니어링에 문외한이었으나 영업 능력은 뛰어났다. 그는 석유·가스가 매장됐다고 알려진 곳이라면 미국 어디든 찾아가 땅 소유주와 개발 회사를 연결해주는 중개인 역할을 탁월하게 해냈다. 매클렌던의 영업 능력 덕분에 체서피크가 관할하는 지역은 한때 뉴욕주 면적의 절반에 육박했다.
1990년대 후반 체서피크는 셰일 암석을 수압으로 깨트려 석유와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공법인 프래킹 기술을 도입해 미국의 셰일 혁명을 이끌었다. 전 세계 에너지 업계에서 ‘셰일 업계의 선구자’로 칭송받으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08년에는 시가총액이 350억 달러로 엑손모빌에 이어 미국 2위의 천연가스 회사로 올라섰다. 당시 체서피크는 1만3,500여 개 유정의 지분을 보유하고 하루 46만 배럴의 천연가스와 석유를 생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락으로 2020년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가 지난해 천연가스 가격과 유가가 반등하면서 극적으로 살아났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투자금이 몰리면서 체서피크의 올해 1분기 잉여 현금 흐름은 5억3,2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잉여 현금 흐름은 관리 지출 등을 제외하고 기업에 순유입되는 현금을 의미한다. 체서피크를 포함해 미국 셰일 회사의 올해 잉여 현금은 1,800억 달러에 달해 지난 20년 동안 벌어들인 돈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FT는 이를 ‘현금 쓰나미’로 표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 취급을 당하며 쪼그라든 우리의 해외 자원 개발의 현실과 대비돼 씁쓸하다. 자원 빈국인 한국에서 에너지와 자원 확보는 경제·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눈앞의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길게 내다보면서 예산·세제·금융 지원 등으로 에너지 공기업과 민간 기업의 해외 투자를 적극 독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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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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