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6월 영국 전역이 대규모 축제로 들썩였다.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축제가 성대하고 웅장하게 열렸다. 영국뿐 아니라 인도 등 수많은 식민지를 포함하는 대영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여왕이다. 런던 세인트폴 성당 야외에서 기념식이 거행됐고 이어 런던 남부와 국회의사당을 지나 버킹엄궁전으로 돌아오는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수많은 인파가 무개 마차에 탑승한 78세 여왕을 향해 축하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기간은 영국 사상 가장 오랫동안 집권한 할아버지 조지 3세보다도 더 길었다. 다이아몬드 주빌리가 영국에서 처음 거행된 것이다.
주빌리는 특정 기념주기를 뜻하는 말로 고대 이스라엘에서 50년마다 열린 안식년(禧年·희년)에서 유래했다. 이 해에 노예는 풀려나고 죄를 지은 자는 용서 받았고 채무자는 부채를 탕감 받았다. 유럽 왕가들은 즉위 25주년에 실버 주빌리, 50주년에 골든 주빌리, 60년에 다이아몬드 주빌리, 70주년에 플래티넘(platinum·백금) 주빌리 축제를 열어 기념했다.
영국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70주년을 맞아 2~5일 열릴 플래티넘 주빌리 축제 준비로 떠들썩하다. 런던 시내 건물과 주택가 곳곳에서 영국의 국기 유니언잭이 내걸렸고 나라 전체에서 수천 건의 길거리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올해 96세인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 아버지 조지 6세의 죽음으로 25세에 왕위에 올라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재위하고 있다. 1066년 노르망디공국의 윌리엄 공작(윌리엄 1세)이 잉글랜드를 점령한 이래 40번째 영국 왕인 엘리자베스 2세는 호주·캐나다 등 15개 영연방국의 군주도 겸하고 있다.
입헌군주제의 대표적 국가인 영국은 의회민주주의의 교과서로 통한다. 영국 의회가 ‘의회의 어머니’로 불리는 이유다. 이번 플래티넘 주빌리는 영국이 대의민주주의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보인 대화와 타협의 정신, 왕가 등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 여야 정치권도 협치와 공존을 지향하는 영국의 정치 문화, 책임과 절제의 리더십 등을 배워서 확실히 달라질 때가 됐다.
<오현환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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