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을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이른이다. 이른(일흔) 전 나의 분투기가 이른(일흔) 후 내 삶의 초석이 되길 기원한다. 많은 경험이 글이 되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기초생활이 해결되었으니,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 사방 벽 길이가 다른 원룸에서 다리미판 위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쓴다. 하나, 둘 작품을 완성하는 기쁨은 나를 설레게 한다. 이제 시작이다. 정진하리라, 죽는 날까지. 이른 결심을 축하받고 싶다”(이순자,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2022년 휴머니스트 펴냄)
책 만드는 사람으로 살면서도 나는 자주 삶을 넘어서는 예술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생을 진실하고 알차게 산 이가 어느 날 예술작품을 빚어내기 시작했을 때, 그 작품은 예술 이상의 예술이 되기도 한다. 이순자 작가는 종갓집 맏며느리로 살다가,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남편과 황혼 이혼했다. 속 시원했으나, ‘황혼’이라는 단어만큼 경제적인 문제도 낭만적으로 풀린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살았던 여성, 노인, 청각장애가 있는 이에게 이 사회가 내어주는 일자리는 온통 험한 일들뿐이었다. 이순자 작가는 자신의 ‘실버 취준생 분투기’를 다리미판 앞에 앉아 써서 투고했고, 그 글은 입소문을 타고 어마어마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금 많은 이들이 이순자 작가의 산문집을 읽고 있으나, 애석하게도 그의 다음 책은 더는 볼 수 없다. 투고한 글이 문학상을 수상한 지 얼마 안 되어 그가 작고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일흔을 ‘이른’ 나이로 여기고 죽는 날까지 정진하리라던 그는 놀라운 필력에 비해 너무 이르게 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 책을 보면 그가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켜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을 때까지 정진한 사람. 그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한 무더기 환한 깨꽃이 되어준 사람. 당신은 지금 삶에 정진하고 있는가.
<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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