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말 박정희 정권은 자주국방을 기치로 내걸고 한국산 미사일 ‘백곰’ 개발 작업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미국은 한국의 백곰 미사일 개발 움직임에 깜짝 놀랐다. 중거리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려는 시도로 본 것이다. 결국 지미 카터 미 행정부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180㎞로 제한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한국의 손발을 묶어버렸다. 같은 시기 대만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대만 총통 장징궈가 핵무기 개발과 사거리 950㎞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톈마(天馬)’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1979년 미중 수교에 따른 자구책이었지만 대만 역시 미국의 강압으로 모든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대만의 미사일 개발은 프로젝트 이름을 ‘윈펑(雲峰)’으로 바꿔 비밀리에 지속됐다. 윈펑은 구름을 이고 있는 산봉우리라는 뜻으로 수준 높은 미사일 기술을 갖겠다는 대만의 의지가 담겼다. 마침내 2008년 사거리 1,000㎞의 윈펑 개발에 성공했다. 차이밍셴 전 대만 국방장관에 따르면 대만 중산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이 미사일은 대만 중부 산악지대에 50기 이상 배치돼있다. 2018년에는 중산과학연구원이 최대 사거리 2,000㎞의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대만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중국 대륙의 베이징까지 사거리에 둘 수 있는 가공할 만한 무기를 대만이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2021년 추궈정 대만 국방장관은 의회 보고에서 야당 의원의 윈펑 관련 질의에 “아직 노력하고 있다”고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유시쿤 대만 국회의장이 최근 “대만 미사일이 베이징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거리 2,000㎞인 윈펑의 존재를 이례적으로 공언했다. 자신이 행정원장이었던 시절(2002~2005년)에 윈펑 미사일을 확인했으며 현재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설령 대만이 윈펑을 가졌더라도 중국(DF-16B), 북한(북극성 2호), 미국(퍼싱 2), 한국(현무 2C) 등은 이미 동급 이상의 미사일을 갖고 있다. 중국의 위협을 물리치려면 대만이 더 센 무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도발에 직면한 우리가 ‘한국형 3축 체계’ 등의 억지력 강화를 서둘러야 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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