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의 탄도미사일 원자력잠수함인 앨라배마함이 출항 중 러시아 잠수함의 공격을 받는다. 그 순간 앨라배마함에 내려진 명령은 ‘핵미사일 발사는’에서 끊긴다. 통신이 고장 난 것이다. 함장은 미사일 발사를 지시하고 부함장은 명령을 정확히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며 이를 거부한다.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그린 영화 ‘크림슨 타이드’의 한 대목이다. 영화는 통신을 복구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에서 잠시 등장한 미사일의 이름은 ‘트라이던트Ⅱ’다. 트라이던트는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미군이 이미 갖고 있던 SLBM(포세이돈)은 사정거리가 5,000㎞가 채 되지 않았다. 소련 모스크바를 사정권에 두려면 노르웨이 근처까지 잠행해야 했다. 1979년 개발된 트라이던트Ⅰ은 사정거리가 7,400㎞로 훌쩍 늘어났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미군이 1990년부터 실전 배치한 트라이던트Ⅱ는 사정거리가 1만2,000㎞에 달해 웬만한 바다에서 거의 모든 육지의 목표물을 노릴 수 있다. 트라이던트Ⅱ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3, B52 전폭기와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으로 불린다. 영국은 냉전시대 때 소련의 중거리 핵미사일인 SS-20이 동독 등에 배치되자 대응 차원에서 트라이던트 도입을 추진했다. 트라이던트Ⅱ는 현재 미국과 영국만 보유하고 있다.
미국 전략사령부가 최근 캘리포니아주 남쪽 해상에서 트라이던트Ⅱ 4발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가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트라이던트Ⅱ가 기존 핵탄두보다 폭발력을 줄인 5㏏ 수준의 저위력 핵탄두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폭발력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3분의 1 수준이다. 저위력 핵탄두는 정밀 타격과 지하 벙커 파괴용이다.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북한 정권을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3축 체계 강화와 사거리를 늘린 첨단 미사일 개발 등으로 억지력을 키워야할 것이다.
<한기석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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