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과 대중들 사이에서 가장 핫(hot)한 단어는 말 그대로 ‘뜨거움’(hot)이다. 지구 곳곳이 폭염과 가뭄으로 뜨겁다. 서유럽은 열대성 폭염으로 수은주가 치솟고, 북극의 빙산과 알프스의 빙하가 급속히 녹아내리고, 중국은 연일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고, 대가뭄으로 그레이트솔트 호수는 사막화를 걱정할 정도로 바닥이 드러나고 있으며, 후버댐 물 공급원인 미드호 수위도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경보가 일상이 되었다.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가뭄과 폭염으로 절절 끓고 있다. 기후재앙이다.
상황이 이처럼 시급함에도 기후재앙을 막아내려는 국제적 노력이나 행동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가뭄 폭염 산불 물부족 전염병 사막화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죽음을 맞이해도, 수많은 동식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죽어가고 멸종해도, 그레타 툰베리 같은 어린 학생운동가가 등교를 뒤로하고 가열히 외쳐도, 수많은 과학자들의 경고와 외침에도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전 지구적 공동대응이 지지부진하다.
요즘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뉴욕타임스에 절박한 마음을 담은 칼럼을 올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전 지구적 대응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네 가지를 언급한 바 있다. 수긍이 간다. 미국만 보아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공화당이나 공화당 성향 대법관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무지한 언급이나 정책들 그리고 기후관련 판결들을 보면 왜 미국이 기후대응에서 뒤처지고 지구의 미래를 주도해가지 못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런저런 이유로 국제사회나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지구별 촌민인 개인들마저 정부나 정치권을 탓하며 손 놓을 수 없다. 비록 미약해 보이고 별무소용으로 보일지라도 나 한사람이라도 기후위기를 맞아 실천적 행동이 있어야한다.
먼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무감각 상태에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야한다. 기후재앙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자연의 야생동물들이 터전을 잃고 떼죽음 당하는 현실에 무관심 무감각하다면 이는 참으로 슬픈 일이다.
다음으로 기후 대응에 대한 무력감을 떨쳐내고,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단독자’(單獨者)의 마음으로 기후재앙에 맞서 행동해야 한다. 아름다운 세상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제약하는 매우 부정적인 사고가 있는데 ‘나 혼자 한다고 세상이 바뀌는가?’이다. 세상이 바뀐다. 나 혼자 힘의 기적을 믿어야한다. 세상의 모든 새로움이나 혁명은 한 사람의 내면의 변화에서 시작되었다. 비록 나 혼자일지라도 거대한 기후재앙 앞에서 외롭고도 거룩한 단독자로 행동해야한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는 말이 있다. 덕을 갖춘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논어’에 나오는 글귀이다. 기후재앙을 막아내려는 선한 행동에는 반드시 여기저기에 함께 하는 선한 동조자가 있으리라는 뜻이다.
기후재앙을 초래한 가해자요 동시에 피해자로서 나부터 ‘녹색 단독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삶의 방식을 친생명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내가 먼저 전기 물 가스 종이 등 에너지와 자원을 덜 쓰고, 집에 가득한 의류나 생활용품의 추가 구입을 줄이고, 인간중심주의에 치우친 삶에서 자연의 뭇 생명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해야 한다. 비록 주요 탄소발생국가인 중국이나 인도의 시민들이 기후 대응을 외면할지라도 그것이 망설임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인류의 잘못된 삶의 방식이 가져온 기후재앙 앞에서 나 한 사람이라도 먼저 행동해야 한다. 새로운 세상의 시작은 한 사람에서 온다. 한 사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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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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