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프랑스가 1948년 3월 분할 점령한 독일을 하나의 경제 단위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소련이 연합국공동관리위원회에서 탈퇴한 후 서베를린과 서방측 점령지구 간의 모든 육로·수로를 봉쇄했다. 동독 지역 내에 위치한 베를린의 일부인 서베를린에 대한 서방측의 관할권 포기를 압박한 것이다. 서방 진영은 서베를린을 구하기 위해 생필품 공수작전을 펼쳤다. 서베를린 내의 템펠호프(Tempelhof) 공항은 6월 말부터 11개월간 200만 주민을 먹여 살린 핵심 통로 중 하나였다. 소련은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던 중부 유럽 국가들의 전략 수출품에 대한 서방측의 봉쇄로 어려움이 가중되자 서베를린 봉쇄를 풀었다. 이 사건은 동·서독 분단이 고착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탄생한 계기가 됐다.
템펠호프 공항은 중세 시대에 성전 기사단이 있던 자리였다. 성전(temple)과 안뜰(hof)이라는 의미가 합해진 지명도 여기서 유래했다. 이곳은 프로이센과 초기 독일 시대에는 육군의 퍼레이드 장소로 쓰였다. 비행기가 널리 보급된 뒤 바이마르공화국은 이곳에 공항을 지었다. 나치는 베를린을 ‘세계수도’라는 게르마니아로 재건축하는 구상을 밝히고 이곳을 관문 공항으로 만들겠다며 확장해 나치의 선전 장소로 활용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도심 공항으로 이용됐다. 이어 민항기 대형화로 더 긴 활주로가 요구되자 2008년 문을 닫고 시민 공원 ‘템펠호프필드’로 탈바꿈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3일 템펠호프필드에서 가진 ‘독일 경영자의 날 기념식’에서 “서방 연합군의 유일무이한 공수작전 덕에 서베를린이 구소련(동독)에의 합병을 면했듯이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인한 힘겨운 겨울에 대비하자”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던 원전 3곳 중 2곳이 언제든 재가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앙겔라 메르켈 정부 등은 탈원전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가스 수요의 최대 55%를 러시아에 의존하도록 만들어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독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도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교역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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