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제국의 3대 황제 빌헬름 2세는 집권 중반에 부국강병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신기술 개발을 주도할 연구기관 설립을 지시했다. 1911년 황제의 이름을 딴 ‘카이저빌헬름학회’가 세워진 데 이어 물리화학·전기화학연구소 등이 잇따라 설립됐다. 초대 학회장인 아돌프 폰 하르나크는 빌헬름 2세에게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설명해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이끌어내면서 정치적 간섭을 배제한 자율적인 연구 풍토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카이저빌헬름학회는 1948년 양자역학의 창시자인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의 이름을 따 막스플랑크연구소로 개명했다. 연구소의 공식 명칭은 ‘과학 진보를 위한 막스플랑크연구협회’이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독일 기초과학 연구의 본산으로 불리는 비정부·비영리 과학연구기관이다. 행정 본부는 뮌헨에 있으며 독일 주요 도시와 미국 등에 86개의 단위 연구소를 두고 있다. 연구 분야는 생물학·의학, 화학·물리학, 인간과학 등 다양하다. 2만4,000여 명의 연구원들이 활동하면서 거대 블랙홀 관측, 생체시계 발견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곳이 응용과학 연구에 주력하는 프라운호퍼연구소와 함께 독일 과학 연구의 양대 산맥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연구소는 한해 20억 유로에 달하는 운영자금의 90% 이상을 연방 정부와 주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설립 이래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철저히 지켜 연구소는 자율적인 판단과 계획에 따라 작업을 수행한다. 또 ‘지식은 응용을 앞서야 한다’는 철학을 내세워 기존 연구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소는 지난해까지 모두 2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노벨상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스반테 페보(67)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 연구소장이 선정됐다. 스웨덴 출신인 페보는 멸종한 인류의 유전체를 연구해 면역 체계의 비밀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인류 진화 연구의 한 우물을 파면서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명성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도 독일처럼 기초과학을 집중 육성해 경쟁국들이 추격하기 어려울 정도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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