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가 넓다고 해서 삶의 중요한 선택을 잘할 수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로 와 이민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놀랐던 것은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대국이었다. 대국에는 우유도 1%, 2%, whole milk, half &half, heavy cream 등 지방 함유량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있었다. ‘버클리보울’이라는 볼링장을 개조한 식료품점에 가면 버섯 종류도 대여섯가지, 사과도 풍미와 종자별로 10가지가 넘어 매번 장 볼 때마다 고르는 즐거움과 새로운 재료를 맛보는 풍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나의 손에 쥐어진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도움을 주는 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싱글 친구들의 연애 풍속도를 보아도 그렇다. 초기 온라인 데이팅은 선택지 중 하나였고 대세는 아니었다. 그러나 코비드로 인해 미혼남녀 만남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도입되고 있는 온라인 데이팅 앱은 게임화된 부분들이 많아 감각적이고 빠르다. 빠른 시간에 많은 사람을 선택할 수 있고, 한꺼번에 손쉽게 말을 걸고, 좋은 사람과 접속을 시작할 수 있다. 인륜지대사라 불리던 결혼은 이들에겐 너무 무거운 주제이다.
접속을 해서 몇번 가볍게 오가는 대화, 만남으로 이어지기까지 그 많아보였던 선택지는 차츰 줄어든다. 온라인상에서 호감 가는 몇몇과 첫 만남을 가져보지만 이들이 두번째 세번째 만남을 갖는 확률은 전보다 많이 줄어든다고 한다. 첫 만남 이후 스캐닝한 그 상대에게 마음에 안드는 점이 보이면 바로 그 선택을 버리는데, 다시 온라인 데이팅 앱에서 또 쉽게 상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많아 보이는 선택지는 앱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려는 온라인 데이팅 회사의 이익창출을 위해 짜여있다. 애초부터 많은 선택지, 수많은 남녀 사진에 불과할 뿐 실제 당신이 원하는 만남, 그 만남을 의미있게 만들고자 함이 목적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선택지를 넓혀주는 마케팅의 발달, 사업의 발달이 한 개인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잘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지는 생각해봐야할 부분이 있다. 결정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과 항상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미디엄, 웰던, 레어로 고를 수 있게 한다고 한들, 사이드 초이스가 3개에서 4개가 된다 한들, 잘하는 한국식당의 단독 메뉴가 갖는 파워와 맛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해서 선택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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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원 한국혁신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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