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여전히 위험해. 하지만 내 윙맨이라면 언제든 시켜줄 수 있어.” “헛소리. 네가 내 윙맨이 되는 거지.” 영화 ‘탑건’ 1편의 마지막 장면이다. 미국 해군 최고의 파일럿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아이스맨과 매버릭은 실전에서 적 전투기를 격추시킨 뒤 서로 부둥켜안으며 화해한다. 이때 두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는 뜻으로 사용한 최상의 표현이 ‘윙맨(wingman)’이다. 전투기는 훈련할 때를 제외하고는 단독 비행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개 2~4대가 팀을 이뤄 편대비행을 한다. 맨 앞에서 편대를 지휘하는 조종사가 탑건이고 오른쪽이 윙맨, 왼쪽이 행맨, 뒤쪽이 백맨으로 불린다. 탑건이 가장 믿을 만한 팀원을 윙맨으로 배치한다.
전투기가 근접전에서 기관포를 쏴 적기를 격추시키려면 적기의 꼬리를 따라붙어야 한다. 윙맨은 탑건을 위해 적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적기가 탑건의 꼬리를 잡지 못하도록 엄호하는 역할을 한다. 탑건이 격추됐을 때 위치를 확인해 구조를 요청하는 것도 윙맨의 임무다. 적기가 탑건의 꼬리를 잡도록 일부러 유인한 후 뒤에서 격추시키기도 한다. 윙맨은 특성상 다른 전투기에 비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
세계 각국은 고가의 전투기를 보호하면서 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윙맨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발키리는 세계 최강 전투기로 불리는 F 22 랩터를 엄호하면서 적의 대공 무기나 레이더를 파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자율비행이 가능하며 조종사의 지시를 받아 유인 전투기와 합동작전도 펼칠 수 있다. 가격이 1억4,000만 달러에 달하는 최첨단 전투기를 200만~300만 달러짜리 무인기로 보호하는 것은 공짜나 다름없다.
최근 개최된 중국 주하이 에어쇼에서 중국의 윙맨 무인기인 ‘페이홍(FH) 97A’가 공개됐다. 이 무인기는 정찰·엄호·유인·교란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유인 전투기를 향해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막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분야에서도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초격차 기술로 첨단 무기를 개발해야 국방력과 방위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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