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은 올해 1월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USS네바다가 괌 기지 항구에 정박했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의 위치를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운이 감도는 데도 미국이 중국 견제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같은 시기에 핵 공중지휘통제기 ‘E 6B 머큐리’도 미 본토에서 하와이를 거쳐 괌으로 전개됐다. 이 항공기가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핵전쟁 상황에 빗대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라고도 불린다.
냉전이 치열했던 1961년 미국이 옛 소련의 핵 공격으로 지상의 지휘소가 파괴될 경우를 대비해 공중에서 지휘·통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EC 135를 개발한 게 핵 공중지휘통제기의 시초다. 미국은 이 항공기를 업그레이드 해 E 4B 나이트워치(야간 감시)를 만들어 1970년대 말 이후 공군에 배치했다. 모두 4대로 이 가운데 1대는 미 대통령이 언제든 탈 수 있게 주변에 머문다. 대통령이 공격 명령을 내리면 E 4B는 인공위성과 E 6B 등을 통해 전 세계 미군에 공격 암호를 전달한다. 1980년대 말 이후 미 해군도 핵 공중지휘통제기 E 6B를 개발해 16대를 보유하고 있다. 본토 및 작전 전구에 전진 배치돼 핵 공격 명령에 대비한다. 머큐리는 지옥과 천상을 넘나드는 전령의 로마 신(그리스신화의 헤르메스)을 의미한다.
E 6B가 이달 초 한반도와 일본 혼슈 상공에서 식별됐다고 한다. 당연히 미 해군 전략핵잠수함도 주변에 배치됐다는 얘기다. 한미 양국 국방부 장관은 3일 미국에서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갖고 북한 핵 억지를 위해 한반도 주변에 미군의 전략 자산을 상시 배치에 준하는 수준으로 전개하는 데 합의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곧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할 것을 우려했다.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이은 도발 위협에 대응해 우리는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상시 배치는 물론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자체 핵무장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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