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어느 날 나는 몇몇 교인들과 함께 지역사회 봉사를 위해 퀸즈에 있는 로널드 맥도널드 하우스(Ronald McDonald House)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이곳은 빈곤한 나라에서 온 아픈 어린이들이 통원치료를 받는 동안 숙식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곳이다.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위해 원장님은 물론 봉사자 전원이 무급으로 일을 한다고 했다.
원장님이 이 방 저 방을 안내하는 도중 벽에 붙어있는 낸시 레이건 여사가 어린 소년과 소녀를 안고 있는 기사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원장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넨다. “당신들이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낸시 여사가 한국에서 데려온 두 어린이도 통원치료를 받는 동안 여기에 머물렀습니다.” 라고 알려주는데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벌써 만 39년 전 일이다. 1983년 11월14일 사흘간의 방한을 마친 레이건 대통령 부처가 귀국길에 두 아동을 데리고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낸시 여사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안지숙(당시 7세)과 이길우(당시 4세), 이 두 어린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병을 고치려면 심장절개수술이 필요한데 까다로운 수술인데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그 때 한국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해 미국입양을 준비하고 있던 애들이었다. 딱한 사정을 들은 낸시 여사가 이들을 찾아 품에 안고 바로 귀국길에 데려와 롱 아일랜드에 있는 심장전문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해 줌으로 귀한 생명을 살려낸 아름다운 스토리다.
이번에 캄보디아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관광일정을 바꾸고 프놈펜에 위치한 한국과 관련된 의료진료소들을 찾아다니며 환자와 의료진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소년의 집을 방문해 그를 안아주며 그의 어머니가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됐다.
이 방문 뒤 그 소년을 후원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한 쪽에선 쇼를 연출한다며 코스프레라는 비난을 이어가지만 쇼라 치더라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이렇게 해서 어린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정말 소중한 일이 아닌가? 낸시 여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우리나라가 어언 40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우리가 빈곤국가의 어린 생명을 구하는 일을 맡게 됐다.
39년 전 뉴욕타임스에 실렸던 기사와 사진을 난 똑똑히 기억한다. 레이건은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었지만 영부인 낸시 여사가 해낸 이 훌륭한 일을 보고 민주당원들을 포함한 전 국민이 박수를 치고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같은 방법으로 보답한 김 여사에게 똑같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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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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