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르트스트림 2 관련 기업을 제재하는 국방수권법 서명이라는 초강수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노르트스트림 2에 참여하자 보복에 나선 것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산유국들의 감산이 유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이 마침내 수출을 재개하려는 순간 친구라고 믿었던 독일이 등에 칼을 꽂은 셈이어서 미국으로서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을 터이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미국에 보란 듯이 다시 증산으로 돌아서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의 줄도산을 유발했다.
OPEC+는 14개 OPEC 회원국에 러시아·멕시코·말레이시아 등 10개국을 더해 구성됐으며 담합에 가까운 사전 모의로 국제 원유 공급량과 유가를 제멋대로 조절하는 부당 행위를 일삼아왔다. 단초는 2016년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 간의 단독 회담이었다. 곧이어 9월 말에 개최된 국제에너지포럼에서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이 하루 175만 배럴 감산 합의를 도출했고 이 합의는 ‘OPEC+ 합의’로 지칭됐다. OPEC+는 2011~2013년 배럴당 90달러 선을 유지하던 석유 가격이 2015년 25달러 수준까지 내려가자 산유국 간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셈이다.
그 뒤 OPEC+는 걸핏하면 감산·증산을 반복하며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악당 세력으로 부상했다. 4일 열린 OPEC+ 정례 장관급 회의에서는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를 견제하고 물가를 잡는 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200만 배럴 감산’을 멈출 것을 호소했으나 OPEC+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번 OPEC+의 결정으로 유가는 상승 탄력을 받았고 겨울 한파는 더 혹독해질 것이다. 석유 부국들이 국제 질서를 쥐락펴락하는 비정한 현실에서 자원 빈국인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에너지 자립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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