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밥 아이거는 월트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로 지명되자마자 스티브 잡스 애플 CEO에게 만남을 청했다. 아이거는 “모든 음악을 아이팟에 저장해 듣고 있는데 컴퓨터로 TV나 영화를 볼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고 했고 잡스는 “비디오 아이팟을 출시하면 당신 회사의 TV쇼도 올릴 거냐”고 물었다. 아이거는 “예스”를 외쳤고 그 뒤 두 사람은 깊은 신뢰를 갖게 됐다. 아이거는 CEO에 취임한 지 1주일 만에 잡스에게 전화해 “나에게 미친 아이디어가 있다.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잡스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의 최대 주주였다. 긴 침묵 끝에 잡스는 “세상에서 가장 미친 생각은 아니다”라고 화답했고 이듬해 디즈니는 픽사를 74억 달러에 사들였다.
1951년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거는 이타카대를 졸업한 뒤 지역 방송국 기상 캐스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74년 ABC방송으로 옮긴 그는 드라마 제작부 말단에서 시작해 특유의 성실함과 아이디어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1993년 ABC 네트워크TV 그룹의 지휘봉을 잡았으며 1995년 디즈니가 ABC를 인수한 뒤 디즈니 인터내셔널 사장, 디즈니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05년 CEO에 올랐다. 2009년 마블엔터테인먼트, 2012년 ‘스타워즈’ 제작사 루카스필름, 2019년 21세기폭스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인수하며 명실상부한 ‘디즈니 제국’을 완성했다. 2020년까지 아이거가 CEO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 디즈니 주가는 5배나 올랐다.
최근 월트 디즈니가 71세의 아이거를 2년 계약의 CEO로 다시 선임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내년에 창립 100돌을 맞는 디즈니가 아이거를 구원투수로 내세운 것은 생존을 위해서다. 글로벌 정글에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초격차 기술과 혁신 아이디어로 무장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조차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며 투자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우리 정치권은 규제를 남발하며 역주행만 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조차 생존을 걱정하는 엄중한 시기다. 정치권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행태를 멈추고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총력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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