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미주한국일보 주최로 아마추어 사진공모전이 있었다. 화상이 뛰어난 핸드폰 덕에 이제는 누구나 멋진 사진을 찍고 이를 발표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나도 지난 5월 유타주의 아치스와 콜로라도 로키 국립공원을 다녀와 3점을 추려 응모했다.
9월말, 27점의 입선작이 발표되었다. 첫해라 공고기간이 짧았지만 미국 전역에서 292명이 응모하는 뜨거운 호응이 있었다. 입선을 못했지만 입선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최고상인 대상 작품이다. ‘삶의 이유’라는 제목으로 공원 벤치에 앉아 행복하게 웃는 1남2녀와 아내의 모습을 담았다. 마치 웃는 소리들이 사진 밖으로 들리는 것 같다. 이 행복의 웃음소리가 ‘삶의 의미’이고 에너지가 된다고 채명진님은 말했다.
최우수상은 이근홍님의 ‘시간의 흐름’이다.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이런 소재도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구나 하고 감탄을 했다. 해변의 일자형 부두인 피어(pier)를 떠받치고 있는 시커먼 받침대들의 견고하고 안정된 조형미를 사진에 담았다. 이전에 산타모니카 해변을 걷다가 피어 밑을 지나간 적이 있었다. 부식을 막으려 기름에 절인 시꺼먼 받침대는 전봇대기둥만큼 견고한 것이 서로를 연결해 의지하고 있었다. 표면에는 수많은 조개들이 붙어있었고 바다 물결이 쉴 새 없이 달려와 부서지고 있었다. 받침대 위의 피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다. 이들을 위해 오랜 세월 말없이 충직하게 버티고 있는 받침대들의 모습을 조명했다.
우수상은 5명이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데스밸리의 ‘사막의 빛’이었다. 태양빛에 나타난 부드러운 사막의 능선과 멀리보이는 산이 대조를 이루었다. 우리 부부도 데스밸리를 방문해보았으나 낮에 무더워져서 모래성 지역을 지나쳐버렸다. 출품자 김성자님은 새벽에 사진을 찍었다는 좋은 팁을 나누었다.
입선작은 20명이었는데 아는 분이 있어 반가웠다. 모니카 심님은 ‘끝나지 않은 전쟁’이란 제목으로 한국의 파고다공원에서 장기 두는 두 노인을 사진에 담았다. “직장에서 평생 고군분투했지만 그들의 삶의 전쟁은 은퇴 후에도 장기판으로 옮겨졌다”는 위트 있는 설명과 함께.
이제는 누구나 늘 갖고 다니는 핸드폰으로 놓치기 아까운 광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아마추어 사진전으로 발표도 하고 남의 좋은 작품을 감상도 하면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내년 제2회 아마추어 사진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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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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