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미국 대선에서 존 F 케네디 민주당 후보는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를 12만여 표 차이로 이겼다. 당시 일리노이주 등에서는 부정 선거 논란이 있었지만 닉슨은 깨끗이 결과에 승복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각각 맞붙은 2000년과 2016년 대선은 달랐다. 박빙 승부 끝에 고배를 마신 고어와 클린턴은 처음에는 승복했다가 나중에 입장을 바꿔 재검표를 요구했다.
대선 승패 논란은 결국 대선 불복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군중이 2021년 1월6일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연방의회의 인준을 막기 위해 미 의회 의사당에 난입했다. 당시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 과정에서 5명이 죽고 121명이 다쳤다.
1.8%포인트의 득표율 차이로 대선 승패가 갈린 브라질에서는 폭도들의 대선 불복 난동으로 입법·행정·사법부가 점거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8일 의회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고 의사당 지붕에 올라가 군대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개입’이라는 뜻의 플래카드를 펼쳤다. 시위대는 인근의 대통령궁과 대법원에 난입했고 일부 극성 지지자는 테러를 모의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 폭동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50.9% 대 49.1%로 신승하고 패자의 ‘승복 선언’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3월 대선 이후 폭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대선 불복 심리가 표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맞붙은 지난 대선에서 득표율은 48.56% 대 47.83%로 초박빙이었다. 0.73%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신 이 대표는 ‘대선 승복’을 밝혔으나 곧바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당 대표까지 맡더니 민주당의 거대 의석을 내세워 정부의 개혁 입법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니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대선 연장전을 치르려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대선 불복 신드롬과 씨름할 여유가 없다. 한국이 경제·안보의 다층 복합 위기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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