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2019년 말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첫손에 꼽았다. 아미타경 등 불교 경전에 나오는 공명지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 속의 새다. 한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다른 머리에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였다가 둘 다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정치가 좌우로 극심하게 나뉘자 교수들이 이 경구를 들어 안타까움을 표현했던 것이다.요즘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입국을 앞두고 ‘자생당사(自生黨死)’라는 말이 회자된다. 자신은 살고 당은 죽어도 좋다는 태도를 뜻한다.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 성남 FC 후원금·대장동 의혹 등에 이어 변호사비 대납 의혹까지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전 당 대표들은 모두 어떤 위험과 어려움이 있어도 당 보호, 당 이익, 당의 승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선당후사(先黨後私)를 행했다”며 “자생당사 식의 노선을 멀리했던 태도를 이어받아 가면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한 데 이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당헌까지 바꾸면서 당 대표로 당선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생당사라는 말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 사용하면서 널리 퍼졌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당은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것을 두고 당 지도부를 비판하기 위해 이 말을 쓴 것이다. 말로 먹고사는 정치권에서는 신조어가 흔하게 만들어진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조금 바꾼 선당후사도 같은 종류에 속한다.
박 전 원장은 “항상 정치인은 자기가 살려고 하면 반드시 죽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의 한 부분을 인용한 얘기다. 대승을 거둔 명량해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이 한 말이다. 이 대표가 되새겨야할 경구다. 당을 방패막이로 쓰려고 하면 이 대표 개인뿐 아니라 당도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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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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