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은 1911년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당시 미국 석유 시장의 90%를 차지한 스탠더드오일을 해체했다. 스탠더드오일은 34개의 독립회사로 분할됐음에도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엑손 등 스탠더드오일에서 시작한 5개 기업과 영국의 BP,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기업인 로열더치셸은 카르텔을 형성하고 세계 석유 시장의 패권을 쥐었다. 이탈리아 석유기업 에니의 초대 총재인 엔리코 마테이는 이들을 ‘세븐시스터스’라고 부르며 카르텔에 대항했다. 이후 세븐시스터스는 인수합병(M&A)을 거듭해 1980년대 이후 지금의 멤버가 확정됐다. 멤버는 엑손모빌·셰브런·BP·로열더치셸·토탈에너지·코노코필립스·에니다.
1970~198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세븐시스터스의 힘은 점차 줄었다.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산유국의 국영기업들이다. 세계 최대의 에너지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디아람코, 중국의 최대 석유 기업인 페트로차이나, 천연가스 분야 세계 1위인 러시아의 가스프롬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새롭게 떠오른 에너지 기업들을 ‘뉴세븐시스터스’라고 불렀다.
BP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에 힘입어 114년 역사상 최대 규모인 277억 달러의 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전년 이익(128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앞서 로열더치셸(399억 달러), 엑손모빌(557억 달러), 셰브런(365억 달러), 토탈에너지(205억 달러) 등 다른 세븐시스터스들도 기록적인 이익을 냈다. BP 실적이 나온 이후 영국에서는 에너지 기업에 부과하는 횡재세를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횡재세 부과 주장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에너지 기업들이 떼돈을 벌었으니 횡재세를 물리자고 주장한다. 1년 전체로 보면 국내 정유사 실적도 고유가에 힘입어 좋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만 보면 영업손실을 낸 경우도 있다. 하반기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반짝 실적이 좋아졌다고 횡재세를 내게 하면 손실이 날 때는 보전해줘야 한다는 말인가. 표에 눈이 멀어 무책임한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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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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