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서쪽에 위치한 주요 와인 생산지인 보르도는 최적의 포도 재배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서양과 맞닿아있는 이 지방은 크고 작은 강들이 합류하는 비옥한 곳이다. 포도 숙성에 중요한 시기인 8~10월에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온차가 적어 포도가 잘 자란다. 지롱드강을 중심으로 ‘강의 왼편’과 ‘오른편’으로 구분되는데 왼편에 메독 지구 등이 있다.
12세기 영국 왕실이 이 지역 와인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르도 와인이 명성을 날리게 됐다. 유럽 전역에 ‘보르도 열풍’이 불자 이 지역 곳곳에 포도밭이 생겼다. 보르도 지방의 포도 재배 면적은 2020년 기준 11만 800㏊이며 연간 생산량은 약 6억 병에 달한다. 그 중 80% 이상이 레드와인이다.
보르도 와인도 시대 변화에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최근 보르도 와인의 재고가 쌓이자 프랑스 정부가 재배 용도 변경 등 장기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프랑스 농업부는 팔리지 않은 적포도주를 화장품 등에 사용하는 공업용 알코올로 전환하기로 했다. 웰빙 문화 확산으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감소하는 등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보르도 와인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인 1명이 한 해 평균 소비하는 와인이 70년 전 130ℓ였으나 지금은 40ℓ 수준으로 급감했다. 또 프랑스 성인 중 매일 와인을 마시는 사람의 비중이 1980년대까지는 절반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10%에 불과하다.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처한 프랑스 와인을 보면서 우리나라 쌀이 처한 현실이 오버랩된다. 식생활 패턴 변화에 따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7㎏으로 30년 전인 1992년 112.9㎏의 절반에 그쳤다. 쌀이 남아돌면 생산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데도 정치권은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을 밀어붙이는 등 근시안적인 선심 정책에만 매달리고 있다. 농민 표심 잡기가 아니라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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