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4분기 세계 각국 외환보유고 달러 비중 58%…20년 만에 최저
▶ 외환거래 위안화 비중, 3월에 7%로 상승… “대체재 부상하며 다극화 예상”
미국 100달러 [로이터=사진제공]
최근 '킹달러'(달러화 강세)의 종말을 예측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안화 등 대체재들이 부상하면서 세계가 다극화하고 달러가 덜 사용될 수는 있지만 본격적인 탈(脫)달러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들어 달러화는 다양한 측면에서 세계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미중간 전략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부채한도를 둘러싼 대치가 이런 추세를 이끌었고 국제 금융시스템에서의 러시아 배제가 기름을 부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지난해 4분기 58%로,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빈자리를 중국 위안화 등이 채우면서 달러화의 지위 위축 전망이 나왔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약 30년 전인 1995년에도 달러 비중이 59%로 현재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거래에서 탈달러 세력이 규합하면서 달러화의 위상이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는 아랍에미리트(UAE) 디르함과 러시아 루블화로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양국 사이 원유 등 에너지 거래를 위안화 또는 루블화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3월에는 중국해양석유(CNOOC)와 프랑스 토탈에너지 사이에 첫 위안화 액화천연가스(LNG) 거래가 성사됐다.
글로벌 외환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15년 전 거의 '제로(0)'에서 지난 3월 기준 7%로 증가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탈달러화는 너무나 복잡해서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외환 트레이더, 채권 발행자, 대출기관이 독립적으로 다른 통화를 쓰기로 결정해야 하는 방대하고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BIS에 따르면 달러는 2022년 약 6조6천억 달러(약 8천750조 원)에 달하는 전 세계 외환 거래의 약 90%를 차지했다.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교수는 "은행과 기업, 정부가 동시에 행동을 바꾸도록 하는 메커니즘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하나의 다른 통화가 달러화의 지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대체재들이 나오면서 세계가 다극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회사채·부동산 같은 유형 자산과 기타 통화를 비롯한 다양한 자산 보유를 검토하고 있다.
토스카펀드 홍콩의 마크 팅커 전무는 "이것이 진행 중인 과정"이라며 "달러는 세계 시스템에서 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달러 종말론자'들을 무시하라며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부 국가가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지불하는 걸 보고 싶어 한다 해도 그건 민간 부문의 결정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분명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달러는 모든 사람이 사용하고 있고, 중국과 달리 미국 금융시장이 개방돼 있으며, 미국이 법치주의 국가라 개인이 자산 압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 등을 달러화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파운드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었지만,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런던의 입지가 오히려 올라간 점을 사례로 들면서 부분적인 탈달러화가 이뤄지더라도 은행 및 차입 통화로서 달러의 다른 모든 이점은 남아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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