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비 가른 각국 경제정책
▶ 일 정부지원 효과 디플레 탈출 기대…그리스, 친시장 힘입어 성장률 반등
경제체질 못바꾼 독, 유럽의 병자로…아르헨은 퍼주기 복지로 물가 급등
글로벌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위기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각국 경제정책의 희비가 엇갈린다. 일본은 엔저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지원에 힘입어 30년간의 장기 디플레이션 탈출 기대감이 나온다. 인도와 그리스 등 신흥국은 탈규제와 투자 진흥을 발판으로 비상 중이다. 반면 전통의 제조업 강국 독일은 강력한 규제와 체질 개선 실패에 신음하고 있고 농업 강국 아르헨티나는 농산품 가격 폭등에도 화폐가치 폭락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 혁신을 지원해온 국가는 살아남고, 과거에 머물며 정권 유지에만 급급했던 국가들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상장사 490곳 중 80%의 2023년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순이익 전망치(컨센서스)가 전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개선 기대감에 엔저 효과까지 더해져 일본 상장사 40%가 올해 최고가를 썼다. 출범 초기부터 ‘경제·기술 부흥’을 목표로 반도체와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등에 대규모 지원을 이어온 기시다 후미오 정권의 경제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기업들의 올해 명목 설비투자는 1991년 이후 32년 만에 100조엔(약 900조원)을 넘겼다.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했던 그리스도 시장 친화 정책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2019년 집권 이후 기업 감세와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섰다. 이에 그리스 경제는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FDI) 등이 늘어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9%에서 지난해 49%로 늘었고 FDI는 지난해 50% 증가했다. 집계를 시작한 2002년 이래 최고치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9%까지 떨어졌던 경제성장률은 2021년 8.4%, 2022년 5.9%로 급반등하며 유럽연합(EU) 평균을 상회했다. 2015년 27.5%에 달했던 그리스의 실업률은 지난해 12.2%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도 10여 년 만에 전액 상환하며 국가신용등급은 투자등급 최저선인 ‘BBB-’를 회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국채는 이미 투자등급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독일은 ‘유럽의 병자’ 소리를 듣는다. 제조업이 ‘구경제’에 집중돼 전기차·배터리·인공지능(AI) 등 변화의 흐름을 놓친 독일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촉발된 제조업 경기 하강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와 경제 체질을 제대로 바꾸지 못했다.
독일의 AI 민간투자는 23억5,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에 그쳤다. 1위인 미국(473억6,000만달러)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독일 경제는 지난해 4분기부터 2분기 연속 축소 중이다. IMF는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을 -0.3%로 예측했다.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를 강조해온 사회민주당(SPD)이 이끄는 독일 연립정부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최근 독일 정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4년간 320억유로(약45조9,000억원)의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성장기회법’을 내놓았다. 기업 감세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에 화폐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코로나19 기간에 현금성 복지를 위해 페소화를 마구 찍어냈다. 이에 본원통화량은 2019년 1조7,200억페소에서 올 6월 6조200억페소로 늘었다. 인플레이션율은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100%를 넘겼고 지난달 기준금리를 21%포인트 인상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118%의 기준금리에도 페소화 가치는 연일 하락세다. 2018년 25%였던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현재 4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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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혁 기자·송주희 기자·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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