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행되는 달러화 지폐 중 유독 인기 없고 희귀한 권종은 50달러 지폐다. 총 7종의 지폐 중 2달러짜리 다음으로 유통량이 적은 것이 50달러다.
하지만 통상 ‘행운의 지폐’로 불리는 2달러 지폐와 달리 50달러는 도박꾼들도 기피하는 ‘불운 징크스’를 지니고 있다. 징크스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지만 생전 파산한 18대 대통령 율리시스 S 그랜트의 얼굴이 지폐에 그려졌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그랜트 초상은 1914년 50달러 지폐의 도안으로 채택됐다. 2010년 공화당 측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초상으로 도안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라스베이거스를 카지노 도시로 일군 마피아 벅시 시걸이 1947년 살해됐을 당시 주머니에 50달러짜리 지폐 3장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도박꾼들은 지금도 50달러 지폐를 금기시한다. 5달러 지폐와 헷갈릴 수 있는 데다 위조 우려 때문에 20달러 이상 고액권을 받지 않는 상점이 많다는 점도 기피 이유다.
외면 받던 50달러 지폐가 모처럼 각광을 받았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50달러 지폐는 40여 년 만에 가장 많은 7억 5,609만 6,000장으로 인쇄 지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3.5%에서 8.5%로 급등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기 위한 고액권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엔데믹과 함께 ‘반짝’ 수요도 사라져 내년 발행 예상 수량은 지난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한국에서는 화폐 발행 잔액 중 신사임당이 그려진 최고액권인 5만 원권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1만 원권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5,000원과 1,000원권은 각각 0%대다. 소액 카드 결제가 활성화된 영향도 크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고 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돈 값어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조사비 3만 원은 옛말이고 아이들 세뱃돈 줄 때도 5만 원권이 대세다. 7년째 3만 원으로 묶인 ‘김영란법’ 식사비 한도도 ‘신사임당’ 수준으로 올라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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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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