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최근 상승세를 타자 남성 경쟁자들이 그녀의 성별을 부각하는 공격을 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등 공화당의 남성 대선 주자 일부가 성차별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는 표현으로 헤일리 전 대사를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녀를 "새대가리"(birdbrain)라고 불렀으며 올해 한 보수 라디오쇼에서 그녀가 "너무 야심적"이고 "자기 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고 비판했다.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의 새대가리는 미국에서 주로 남성이 여성을 비하할 때 사용해온 표현이다.

라마스와미는 헤일리 전 대사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처럼 자신의 성별을 부각하는 전략을 따르고 있다면서 그녀가 "정체성으로 정치를 하는 정당"으로 소속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마스와미는 공화당 경선 토론에서 헤일리를 "3인치 힐을 신은 딕 체니(전 부통령)"라고 부르기도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런 공격을 대부분 무시해왔다.

이번 대선에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를 지지하는 바버라 콤스톡 전 하원의원은 헤일리 전 대사가 공화당 내의 여성혐오 때문에 트럼프의 "새대가리" 발언 등 공격에 직접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콤스톡 전 의원은 "트럼프가 라마스와미에게 '너무 야심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느냐? 그런 비판은 여성한테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공화당이었다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감히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이것은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말했을 남자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트럼프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 있는 여성혐오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WP는 공직에 출마하는 여성이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에서 성차별을 당하지만, 공화당은 지지 기반이 남성에 쏠려있고, 여성의 정치 참여를 중요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더 강해 여성 정치인이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한 번도 여성을 대선 후보로 선출한 적이 없으며 유권자들이 여성 대선 후보를 불안하다고 여긴다는 일부 징후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을 비하하고 논란되는 발언을 해도 지지자들은 대체로 신경 쓰지 않으며, 여성 유권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지지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폭스뉴스의 지난달 조사에서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는 여성 유권자의 61%가 트럼프를, 9%가 헤일리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헤일리의 경쟁자들은 논란이 된 공격에 대해 그녀의 정책이 공화당의 지지 기반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이며 여성이라고 해서 그런 논쟁을 피해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라마스와미의 고문인 트리샤 매클로플린은 "성차별을 주장하는 게 너무나도 어린애 같다"며 "X 염색체를 2개 갖고 있다고 해서 검증을 피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가 정치적으로 유리한 경우에만 자신의 성과 인종을 선별적으로 부각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민주당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가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도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