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는 말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살면서 어려움과 좌절감이 닥쳐올 때면 홧김에 탄식처럼 내뱉게 되는 말이다. 하지만 그냥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면 삶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우리 주변에, 한인사회에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 조사결과 밝혀졌다.
UCLA 보건정책연구소와 아시아태평양계 전문기관이 최근 공동으로 발표한 정신건강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한인 5명 중 1명(19%)이 자살시도를 생각해본 적이 있고, 특히 한인 청소년은 그 비율이 29%에 달할 정도로 위험 수위에 올라있다.
이 보고서는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2023년 LA카운티 건강 설문조사’와 맥을 같이 한다. 여기에서는 LA카운티 내 아시아계 성인들이 갖는 자살충동(21.4%)과 고립감(36.6%)의 비율이 흑인과 백인을 제치고 인종별 최고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미주한인들의 자살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22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를 보면 미 전국적으로 자살자는 전년보다 2.6% 늘어났는데(4만9,449명) 한인자살은 15.7% 증가(235명)했다. 이는 모국인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018~2023년까지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주한인은 총 1,101명, 주별로는 캘리포니아(334), 뉴욕(79), 뉴저지(78), 워싱턴(68), 조지아(45건)이었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이유와 상황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민자라는 신분적, 정서적 불안에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겪어야했던 고립감과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졌고, 많은 경우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과의 불화가 겹쳐 최악의 선택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노인들의 경우엔 은퇴 후 사회적 고립과 육체적 질병, 언어장벽과 낯선 문화에서의 외로움이 배가됐을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전에 위험신호를 보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나를 살려달라”는 외침과 절규를 알아듣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히 커뮤니티 차원에서 한인 봉사단체와 전문기관들이 정신건강 상담과 자살예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촉구한다. 자살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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