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 명 난민 인도주의 구역 공습
▶어린이·여성 등 사망자 최소 35명
▶ ICJ의 공격 중지 명령에도 강행
▶하마스, 로켓 10여발 발사 ‘건재’
▶가자 인도주의 위기 극한 치달아
26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로이터]
이스라엘군이 26일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서부의 한 피란민촌에 공습을 벌여 민간인 수십 명이 숨졌다. 최근 이스라엘은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라파 공격 중단 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강도 군사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하마스대로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향해 약 4개월 만에 로켓 공격을 감행,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나섰다. 가자지구 전쟁이 출구 없는 전쟁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고립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인도주의 위기는 극한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라파 서부의 탈 알술탄 피란민촌에 공습을 가해 최소 3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희생자 중 상당수는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이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공습으로 피란민 텐트에 붙은 불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필이면 공습 장소가 화마를 피해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든 ‘인도주의 구역’이었다고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잔존 병력 소탕을 위해 라파에 지상군 투입을 공식화한 동시에 민간인들에게는 소개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피란민들이 탈출하도록 지정된 인도주의 구역 중 하나가 이곳이었다는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사망자 외에도 수십 명이 부상을 당해 인근 외상 안정 센터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부족한 라파에는 중환자를 다룰 병원도 없어 부상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라파에 있는 하마스 기지를 타격한 작전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정밀 폭탄을 사용”해 하마스 고위 관계자 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다만 민간인 피해 자체는 인정하면서 “보고를 받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습 불과 몇 시간 전 하마스는 라파에서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중부 지역을 겨냥해 10여 발의 중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수도에 대한 하마스의 로켓 공격은 지난 1월 말 이후 처음이라고 미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스라엘의 저고도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이 요격에 나서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지도부의 전쟁 지속을 위해 내세우는 ‘하마스 섬멸’이라는 명분에 힘을 더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시내각 일원인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는 기자들에게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하마스가 활동하는 모든 곳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해줬다”며 “그들의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는 갈수록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가자지구를 향해 들어오는 국제사회의 구호 트럭들을 상대로 이스라엘 극우 정착민 단체들이 공격을 벌이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우리는 잊지 않는다(We Won’t Forget)’는 구호로 활동하는 이들은 왓츠앱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격 대상 트럭의 목격 정보를 주고받은 뒤, 차량을 멈춰 세우고 구호품을 파손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구호 트럭 운전자를 폭행하고 차량에 불을 지른 사례도 보고됐다. 하지만 이렇다 할 제재가 없어 이스라엘군이 사실상 이 같은 폭력을 용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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