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어느 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위치한 군사시설에 노동운동가 니콜라스 마두로가 찾아왔다. 그는 쿠데타를 시도하다가 군사시설에 투옥된 우고 차베스 육군 대령을 면회했다. 급진 좌파 권위주의 정권의 장기 집권 시발점이 된 만남이었다.
1962년에 태어난 마두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버스 운전기사로 취업한 뒤 노동운동에 나섰다. 마침 1953년부터 집권한 페레스 정권은 1970년대 이후 경제난과 부정부패 등으로 침몰 중이었다. 그 틈을 타 차베스 대령이 정부 전복을 꾀하다 체포되자 마두로는 구명 운동에 앞장서며 최측근이 됐다. 1998년 말 차베스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마두로는 승승장구했다. 외교장관·부통령 등에 올랐고, 2013년 3월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 직후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직도 맡았다.
마두로는 2013년 4월 대선에서 당선됐다. 야당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는 1.6%포인트에 불과했다. 가까스로 집권한 그는 지지율을 높이려 더 강력한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무리수를 뒀다. 최저임금 60% 인상, 식료품 쿠폰 살포 등을 추진해 극심한 재정난과 살인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 궁지에 몰린 마두로는 2018년 조기 대선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 재선됐으나 즉각 부정선거 의혹에 직면했다. 미국을 비롯한 50여 개 국가는 야권의 대선 후보인 후안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미국은 마두로 정부를 불법 체제로 규정하고 자국 기업 철수 등 초강경 제재를 가했다.
그럼에도 마두로는 3선을 노리고 이달 28일 치러지는 대선에 출마했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의 지지율은 57%에 달했으나 마두로의 지지율은 14%에 그쳤다. 패색이 짙어지자 마두로는 22일 “내가 대선에 패배할 경우 동족 간 내전이 벌어져 나라가 피바다가 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 한때 고도성장의 길을 달리던 베네수엘라가 포퓰리즘 정책, 정치 혼란 등으로 추락하고 있다. 우리 정치권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민병권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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