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1917~1995) 명창이 ‘뱃노래’를 불렀다. 한국인 대다수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가락이었다. 청사초롱이 성화와 조명이 꺼진 스타디움을 밝히기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폐막식은 한국 전통미를 강조했다. 당시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올림픽만큼 전 세계에 알릴 기회는 축구 월드컵 정도밖에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니 한국적 색채를 강조할 만도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개막 선언에 중국 전통 두루마리가 사용됐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최근 올림픽에서는 전통문화보다는 대중문화가 빛을 내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을 장식한 이들은 영국 유명 가수 엘튼 존과 리엄 갤러거, 제시 제이, 그룹 퀸 등이다. 팝음악의 본산을 자처하는 나라다운 피날레였다. 2016년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브라질 유명 모델 지젤 번천이 브라질 보사노바를 대표하는 노래 ‘이파네마의 소녀’의 박자에 맞춰 런웨이 위를 걷듯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올림픽기를 다음 개최지 도쿄에 넘길 때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슈퍼 마리오 복장으로 등장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를 휩쓴 일본 대중문화 아이콘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가 차고 넘치고 문화의 경계가 흐릿해진 시대, 올림픽에서 개최국 각각의 전통미를 보여주는 건 이제 무의미할지 모른다. 세계가 친숙한 대중문화로 개최국의 매력을 뽐내는 게 더 영리한 선택일 수 있다. 상업화가 극으로 치달은 올림픽의 한 단면이기도 하리라.
지난 11일 파리 올림픽 폐막식은 더 파격적이었다. 할리웃 스타 톰 크루즈가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한 장면처럼 등장해 올림픽기를 넘겨받는 모습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 유명 가수 빌리 아일리시와 스눕 독이 축하 공연을 하기도 했다.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지 LA가 아무리 2028년 개최지라 해도 예상을 뛰어넘는 장면들이었다. 문화에 있어 늘 미국의 대안을 자처했던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상징적인 폐막식이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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