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위클·익셀·우올뤼우에생피에르는 우리나라 서울의 ‘강남 3구’와 같은 지역이다. 호화 주택이 즐비한 이곳에 2012년 이후 프랑스 부자들이 몰려들었다. 사회당 소속의 프랑수아 올랑드가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초강력 부자 증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100만 유로 이상의 연봉 수령자에게 세율 75%의 소득세를 부과하자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부호들의 해외 이주가 급증했다. 이들은 프랑스어 생활권인 데다 세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벨기에를 선호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아르노 회장은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결국 벨기에 국적 취득 계획을 번복했으나 과도한 세금을 피해 해외로 떠나는 프랑스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프랑스·영국 등의 부유층에서 다시 ‘세금 망명(tax exile)’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나라들이 부족한 재정을 부자 증세를 통해 메우려 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새로 출범한 영국 노동당 정부가 부유한 외국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한 후 이들의 해외 이주가 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총선에서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하원 1당 자리를 차지한 뒤 부자들이 해외 이주 등 컨틴전시 플랜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브뤼셀의 프라이빗뱅커(PB)들은 “2018년 프랑스가 사회연대세(ISF)를 낮춘 후 일부 고액 자산가들이 고국으로 돌아갔다”며 “이들이 브뤼셀과 스위스 제네바의 PB들에게 다시 연락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거부들이 낮은 세금을 찾아 해외로 탈출하는 현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민 컨설팅 업체인 헨리앤드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중국·영국·인도에 이어 한국의 백만장자 엑소더스가 많을 것으로 추산됐다. 최고 50%에 달하는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국내 자산을 처분하고 외국으로 떠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세금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한국을 등지는 자산가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이혜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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