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대출금 78% 부담 약속…美 ‘상환우려’ 불식 의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9.20[로이터]
유럽연합(EU)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최대 350억 유로(약 52조원)의 신규 대출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의 상환금은 EU 역내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에서 발생한 수익금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G7(주요 7개국) 약속의 하나로 EU가 우크라이나에 350억 유로를 대출할 수 있도록 새 규정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앞서 6월 G7과 EU는 서방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수익금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450억 유로(약 67조원)의 대출을 지원하고 이 가운데 78%를 EU가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대출금은 예외적 거시경제금융지원(Macro-Financial Assistance·MFA) 형태로 마련된다.
MFA는 중장기 대출 또는 보조금을 지리·경제·정치적으로 EU와 인접한 국가에 제공해 경제난 해결과 구조적 개혁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금융지원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MFA를 받고 있지만 장기간에 걸쳐 상환해야 하는 기존 대출과 달리 이번 신규 대출 상환에는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금이 활용된다. '예외적 MFA'라고 명칭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집행위 고위당국자는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금을 상환에 활용함으로써 러시아가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위는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금을 재원으로 '우크라이나 대출협력 메커니즘'(ULCM)을 신설하고, 우크라이나가 G7과 EU에서 받은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담보 계좌'인 셈이다.
집행위가 발표한 대출금 부담 액수는 당초 예상보다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6월 G7 합의 이후 미국이 제기한 보증·상환 부담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 가운데 대부분이 EU에 있는 상황에서 EU 내부의 복잡한 의사결정 탓에 자칫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금 사용이 불가능해질 경우 국가 예산을 동원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EU가 350억 유로를 부담하면 미국 등 G7의 몫은 총 100억 유로에 그쳐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또 집행위의 신규 대출 계획은 EU 27개국 만장일치가 아닌 가중다수결 투표만 거치면 되므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헝가리 등이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작다.
집행위는 이날 러시아 자산 동결 조처의 갱신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36개월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금 활용을 위한 안전장치이자 미국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방안이다.
다만 이 방안은 헝가리를 포함한 27개국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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