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면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때 TV나 신문 등 매스컴에 환절기를 실감케 하는 광고가 등장한다. 감기약이다.
종합 감기약도 있고, 기침·가래·인후통, 콧물·코막힘·재채기, 두통·오한·몸살 등으로 세분화한 감기약도 나오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 해열제도 감기약으로 흔히 사용된다.
그런데 ‘감기약’이란 말은 오해하기 쉽다. 엄밀히 말해 감기약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집에 한두 개쯤 있는 감기약은 대체 무엇일까?
감기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아데노바이러스 등 지금까지 200여 종이 보고돼 있다. 이처럼 바이러스 종류가 많은 감기는 따로 예방백신이 없고, 항바이러스제도 없다. 반면에 독감을 일으키는 A·B·C 등 3종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는 예방백신과 항바이러스제 등이 개발돼 있다.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감기약은 감기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항바이러스제가 아니라, 감기 합병증을 개선 또는 치료하는 약이다.
감기 바이러스에 의해 열이 나면 해열제로 열을 내리고, 콧물이 나면 이를 개선해준다. 또 두통이나 몸살 증상도 줄여준다. 감기 바이러스가 일으킨 염증 등 합병증 증상을 가라앉혀 몸이 바이러스와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게 감기약의 역할이다.
‘감기는 약 먹으면 1주일, 안 먹으면 7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감기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1주일쯤 고생해야 회복된다는 뜻이다.
젊을 때는 이런 호기가 통할 때도 많다. 감기 합병증이 생겨도 증상이 약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을 때, 만성 부비동염(축농증)·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 호흡기계 질환이 있을 때 그리고 흡연자는 감기 합병증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병·의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기의 주요 증상은 콧물·재채기·코막힘·기침 등이다. 반면에 독감 증상은 고열·오한·몸살·심한 근육통 등이다. 감기와 독감은 원인 바이러스도 다르지만 증상도 꽤 차이가 있다.
이전에는 감기 증상이 심한데도 약을 멀리하고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정반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재채기가 가끔 나거나 콧물이 조금 나는데도 바로 약을 찾아 먹는 사람들이 있다. 가벼운 감기 증상만 있어도 동네 의원을 찾아 의사의 진료를 받기도 한다.
이들에게 “감기 증상이 있을 때는 따뜻한 물을 많이 드시고 푹 쉬시면서 영양을 잘 섭취하시는 게 최선입니다”라고 이야기해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불편한 것을 참기 힘들어한다. 현재 한국 도시에서는 대개 병·의원이 가까이 있고, 건강보험도 있어 감기 진료 비용이나 약값 부담도 그리 크지 않다.
아플 때 병·의원을 이용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용하겠다는 사람들을 막을 수 있을까? 막는 게 과연 바람직할까? 한 번쯤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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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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