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정신문화연 회원들이 노영찬 지도교수의 도덕경 20장 해석에 귀 기울이고 있다.
“노자는 극단적인 구별보다는 창의적 모호성을 강조하고 있다. ‘선’ 가운데도 ‘악’이 있을 수 있고 ‘악’ 가운데도 ‘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애매성을 부인하거나 무시해 버리면 결국 흑백논리와 이원론적인 생각의 틀에 빠져 버리고 만다.”
지난 19일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열린 동양정신문화연구회(회장 김면기) 월례강좌에서 노영찬 교수는 “도덕경 20장은 ‘배움을 버려야 근심이 없어진다(絶學無憂)’는 충격적인 말로 시작된다. 이 말은 배움이 우리의 사고 구조를 흑백논리나 이원론적 사고 형태로 만들어 버릴 위험성이 있기에 이러한 위험에서 벗어나라는 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노자는 인간이 자기 배움이나 지식의 절대성에서 벗어날 때 ‘깨달음’의 경지가 온다고 봤다”며 “지식과 신념의 절대화를 경계하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 반대로 공자는 논어 학이장(學而章)에서 ‘배우고 때를 따라 그 배운 바를 익히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悅乎)’라는 말을 했다”면서 “노자가 말한 배움과 공자가 말한 배움의 뜻은 같지 않다”고 전제했다.
노자의 배움에 대한 부정적인 말은 배움에 대한 이해나 태도가 다를 뿐이며, 논리나 이론의 체계 안에서만 사고하는 쇠사슬을 끊어 버리라고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중세의 유명한 신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니콜라스 쿠사는 ’De Docta Ignorantia(무식의 배움)’ 이라는 책에서 무식이나 무지의 세계에서 배움을 얻게 된다는 역설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원론적인 구조를 초월하면 흑과 백 혹은 선과 악이 밖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구별되지만 이 둘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분법적으로 구별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강좌에 앞서 김면기 회장은 “필요 이상의 욕심을 버리고 대도를 깨우치면 행복해지니, 버리고 비우는 연습을 많이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좌 후 48명의 회원들은 캠퍼스내 카페테리아로 자리를 옮겨 가을이 오는 풍경 속에 오찬 정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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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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